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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 Sep 02. 2023

스티브 잡스의 '엘리베이터 해고'에 대한 단상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이야기 중 엘리베이터 해고에 대한 일화가 있다.


"스티브잡스가 애플에서 일할 때,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직원에게 '당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회사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물었고 그 대답을 제대로 못한 직원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해고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10여년 전에 스티브잡스의 전기가 나왔던 시점이었던 것 같은데, 책이었는지 유튜브 영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생각은 '뭐 이런사람이 다있어. 이런 사람하고 일하는 직원들 참 스트레스 받겠다.' 뭐 이런 것이었던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전달하던 화자도 '별난 상사'와 같은 맥락으로 이 이야기를 전했던 것 같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어번 (어쩌면 그것보다 좀 더 많이) 더 이 일화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는데, 처음에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의 생각과는 내가 이 일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나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 아마도 인터뷰나 글들을 접하면서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것도 있고, 그간 변화한 나의 역할이 생각의 관점을 달리 하게 만든 것 같다.


이제 나에겐 잡스가 더이상 별난 상사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효율적으로 상징을 만들줄 아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비난받을 것이라는 것을 감수할 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가지고 수근댈 것임을. 잔인하고, 배려심 없다고 느끼고 험담할 것임을. 그리고 한편으로 그렇게 욕을 하는 사람들도 '나는 무슨일을 하고 있지, 나는 회사에 무슨 도움이 되고 있지'를 뼈에 깊이 새겨지도록 생각하게 될 것임을.


이것은 실제로 매우 강력한 상징(정확히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애플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물론이고 애플에서 일하지 않는 우리같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애플의 직원들이 일하는 태도 측면에 있어서도 꽤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매우 경제적인 방식이었다. 잡스는 이런 강력한 상징을 만들어내는데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매우 적은 비용을 들인 셈이다. 두어명을 내보내고 다시 뽑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있었을 수 있으나, 사람들에게 '애플에서 일하려면 스스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말을 전달하는 방식으로서 사내 교육이나 일대일 피드백, 워크샵, 사무실의 포스터로 붙여두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어떤 조직의 문화는 누가 인정받고 처벌받는지, 승진하고 해고되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한다. 말로 쓰여진 문화적 원칙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조직의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그것에 따라 누군가를 인정하고 처벌해야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승진시키고 해고해야한다. 그래야 문화가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잡스는 자신이 구축하고자 하는 문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해고하는데까지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은 하나의 예시이고, 이것 외에도 잡스는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매우 뚜렷하게 전달하는데 능했다. 그리고 그 유산을 간직한 애플은 거대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글로 쓰여진 문화적 원칙 같은 것이 없음에도, 그리고 그가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문화를 가진 번성하는 기업이 되었다.


문화는 리더의 생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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