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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 Sep 02. 2023

행복과 쾌락에 대하여

발산적인 토막 생각 노트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의 흐름을 받아 적은 것이기 때문에 전혀 정리되지 않은 글.

정리된 완전한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면, 포기하게 될 것 같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다. 

항상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던 이유가 정리된 생각을 적어야 한다는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너무 많은 생각의 홍수에 빠져있는 나를 구원하기 위하여, 스스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쓰는 글이기에 그 외의 다른 모든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을 타자화하여 바라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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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찾아보기 전의 내 생각


행복

행복은 상대적으로 긴 기간 동안 유지되는 평온한, 그리고 감정의 플러스 상태라고 생각한다.


쾌락

쾌락은 일시적으로 피크를 치는, 다시 말해 급격하게 상승한 감정의 플러스 상태라고 생각한다. 쾌락은 일시적이어서 이후의 급강하 상태를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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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스트림

1. 행복이 추구해야 할 상태이고, 쾌락은 굳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2.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쾌락 중 일시적이며 급강하를 동반하며, 행복에 기여하지 못하는 쾌락은 차라리 피하는 게 나은 것 같다.

3. 이러한 종류의 쾌락의 대표적인 것이 마약과 도박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러한 쾌락은 사회적으로 금기시하거나 금지하기도 하며, 정당화되는 이유가 된다.


4. 1번에 '행복이 추구해야 할 상태'라는 말을 썼지만, 한편에는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에 대해 다른 생각도 있다. 행복은 추구한다고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그것은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5. 4번을 쓰면서 생각이 조금 더 정리되었는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행복에 대해서 높은 기대를 가지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기대를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많지 않음을 잘 이해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좋은 길이다. 추구가 문제가 아니다. 기대가 문제다.


6. 1번에 쾌락은 굳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썼지만, 생각을 잘 들여다보면 쾌락이 그렇다고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도움이 되는 쾌락도 있고 그 쾌락에 대한 기대가 행복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그런 쾌락은 행복에 기여하는 쾌락이다. 예를 들어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 수용소에 있으면서 수용소에 들어오기 전의 아내와의 일상적인 대화를 상상하고 감정의 고조, 감동을 얻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는 이것도 정신적 쾌락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종류의 쾌락의 경험은 행복에도 기여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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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떠오른 또 다른 잡생각들

1. 쾌락과 행복이라는 추상적 언어적 표현, 특히 매우 엄밀하게 정의하지 않은 채로 생각을 발산하는 것은 깊이 파고드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매우 힘차게 날뛰는 덩치 큰 물고기를 손힘으로 제압하려는 느낌이다. 이 날것의 물고기를 잘 제압하려면 잘 짜인 그물망 (용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것 같다.

2. 특히 행복, 쾌락 개념은 일상에서도 매우 혼동되게 사용되기 때문에, 더 이 주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고 글을 쓰는 것도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아, 밖에 추운데 지금 막 따뜻한 곳에 들어와서 너무 행복해' 같은 문장에서 '행복'은 일시적으로 기분 좋은 상태를 의미하는 '쾌락'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차라리 '너무 행복해' 대신 '너무 기분이 좋아'가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뭐 인간이 항상 이런 혼동을 하는 동물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3. 행복, 쾌락의 개념이 혼동되기 쉬운 이유와는 별개로, 나의 생각이 매우 발산적인 것도 조금 차분하게 한 주제를 격파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원인인 것 같다. 한 문장을 쓰고 있으면 그 문장과 연결되는 다른 여러 생각들 (주제와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는)이 생각을 압도한다. 직렬적으로 사고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병렬적으로 자꾸 생각이 퍼지는 것이다. 그런데 직렬적으로 생각을 진행시키려고 하면, 그 생각 바로 다음에 바위와 같은 장애물이 나타나서 진행하기 어렵다. 애초에 그 주제에 대해서 이미 이해가 완전히 끝난 상태라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를 목적으로 한 '글쓰기', '생각 정리와 시각화'를 위한 글쓰기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처음부터 좋은 하나의 생각의 흐름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겠다.


끝.


나중에 언젠가 이 주제에 대해 구조적으로 정리된 생각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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