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사노동에도 칭찬이 필요해
"나 잘했다고 칭찬해줭~"
종종 설거지를 끝낸 남편이 하는 말이다. 칭찬에 목마른 남편을 알기에 초반에는 "고마워~ 고생했어"라고 말했지만 요즘 마음이 쪼~금 바뀌었다.
대부분의 집안일은 내가 하고 있는데, 남편은 나를 칭찬해 준 적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 서다. 가사 노동이란 마치 결혼할 때부터 나의 것이었던 것 마냥 가사노동을 끝낸 나를 칭찬하기보다는 더 깨끗하게 치우지 못 한 점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가사노동을 대하는 남편과 나의 태도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남편이나 나나 자라온 가부장적인 환경의 영향 때문일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요구되는 가정 내 현모양처 여성상에 우리는 너무 젖어있고, 나 스스로 남편 밥 고민, 빨래 고민, 집 치우는 고민을 떠안았다. 남편도 결혼 후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최근에 남녀의 평등을 외치는 공간이 직장이 아니라 집이 되어야 된다는 기사를 봤다. 여전히 가정 내 여성의 지위는 부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므로 남편을 부엌으로 불러와야 하고 이를 통해 남녀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부엌에서 벗어나고 남편과 함께 그 짐을 나눌 때, 여성의 사회적 진출 남성의 가사 노동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이 기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요즘 사람들은 안 그럴 것 같고 평등할 것 같은데, 요즘 사람인 나도 막상 결혼을 해보니 가사노동은 여성의 것이라는 헤게모니에 갇혀 있다. 심지어 이렇게 분배된 역할 분담에는 어떠한 이질감도 없고, 너무나 자연스럽고 보기 좋기까지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나의 가사노동이 당연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고, 남편도 나의 가사노동을 당연시 여기지 않고 고마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남편이 "나 빨래 돌렸어. 칭찬해줘~"라고 하면 "나는 6일을 매일 돌렸어. 칭찬해줘~"라고 맞받아친다ㅎㅎ.
칭찬에 인색해진 나에게 서운해하는 남편을 보면 그냥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할걸 그랬나'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남편보다 나이도 어린데, 칭찬받을 대상을 고른다면 내가 받아야지 하는 뻔뻔한 마음으로 오늘도 평화로운 가사노동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