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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Jan 08. 2019

장모와 시어머님의 서열 정리

너무나 자연스럽게, 권력을 쥐게 되는 그 자리 '시어머니'

결혼할 때, 다양한 집안의 모습이 있겠지만 나의 결혼식에서 우리 부모님은 '딸 가진 죄인' 모드였고, 남편네 식구들은 '우리 아들(오빠)의 결혼식'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게 할 말 다하는 성격의 우리 엄마는 시댁 식구들 앞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냥 참았다. 반면, 시어머님은 결혼식 준비 중에는 사돈과 밥을 먹거나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는 직설적인 말로 우리 부모님을 안절부하게 만드셨다.


처음에는 이 상황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너무 하대를 받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우리 엄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엄마는 장모님인 동시에 시어머니다. 시어머님 역시 마찬가지다. 관찰 결과, 우리 엄마는 새언니의 시댁을 만날 때면 내 시어머님을 만날 때보다 더 적극적이다. 시어머님이 우리 엄마에게 쓰는 말투도 사용한다. 시어머님 역시 비슷하다. 시어머님은 우리 부모님을 대할 때와는 정 반대로 아가씨네 시댁을 대한다. 정말 극진히 모신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장모님과 시어머님,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엄마들의 모습이 바뀐다. 이건 개인의 인성 문제라기보다는 남아선호 사상과 가부장제도가 만들어낸 시스템의 문제인 것 같다.


남아선호 사상이 중심이 된 가부장적인 가정에서는 남성이 절대 권력을 가진다. 그리고 여성은 주로 남성을 보조해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데, 그런 상황에서 여성이 자신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존재는 바로 며느리다. 시집살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시어머니는 시집 온 그 딸을 괴롭힐 수도 있고 정말 딸처럼 만들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 그 시대의 장모님은 딸을 보내면 그저 걱정만 할 수밖에 없었으니 한 없이 약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배운 만큼 행동한다고, 두 분 다 힘든 시집살이를 견디면서 그 시간 동안 시댁과 처가의 권력 차이를 익힌 것 같다. 정말 누구 하나 그렇게 하라고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어머님의 권력을 손에 쥐고 며느리와 처가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장모와 시어머님. 비슷한 것 같지만 하늘과 땅 차이의 권력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우리네 엄마들의 삶을 대변하기도 하는 이 단어. 나는 오늘도 시댁과 처가, 두 얼굴의 엄마들을 보면서 이 이상한 문화를 내 세대에서부터는 끊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하지만 전혀 공감되지 않는 이 문화는 오래도록 나의 발목을 잡고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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