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었던 해물찜을 이야기한 날, 남편은 그거 먹고 애가 잘못되면 책임질 거냐는 식으로 나를 몰아붙였다.
그 순간, 남편은 임신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확신했고 이 과정은 오로지 나의 것이라고 체감했다.
임신한 그 순간부터 산모는 몸의 사소한 반응에도 민감해지며 맘 졸인다. 내가 아까 좀 불편하게 앉아있어서 아이한테 안 좋았을까? 아까 과자를 좀 먹은 게 아이한테 나쁘진 않을까? 매일 매번 나의 행동을 점검하고 자책하는 게 산모고, 나인데. 그런 나한테 네가 먹은 음식으로 인해 아이가 잘못되면 니 책임이라고 내뱉는 남편을 보면서 화가 폭발했다.
남편은 임신을 모른다. 임신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지만 임신을 모른다. 10개월 뚝딱. 으앙 하고 아이가 태어난다고 여긴다. 임신 초기부터 점점 벌어지는 뼈, 신경으로 인한 통증, 아이를 품고 있어 극도로 예민해지는 마음, 주변 사람들의 오지랖, 이유 모를 통증에 대한 불안함.
남편은 이런 것들을 모른다. 아무리 옆에서 아프다고, 힘들다고 해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임산부에게 애가 잘못되면 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는 것이지. 임신에 대한, 아이에 대한 배우자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한다면 절대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임신을 하고 나서도 종종 남편에게 임신에 대해 공부하라고 부탁했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과정이지만, 남편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7개월이 되는 지금까지도 남편은 임신 관련 서적은커녕 집에 사놓은 책도 보지 않았다. 그저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돌아올 때만, 인터넷 쪽글을 보면서 '다 했다~~! 나도 공부했잖아~!' 하고 만다.
임신이란 게 남편한테는 그런 것 같다. 배우자가 임신하고 내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기쁘다. 그에 대한 의무나 책임은 배 몇 번 만져보고, 배우자한테 고생한다 몇 마디 해주는 딱 거기까지.
남편이 나와 같이 임신 과정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 기간의 동반자로 있어주길 바라는 기대는 아직 이 남편에게는 어려운 일 인가보다.
10개월, 이 과정은 오롯이 나의 몫이고 책임이다. 남편은 절대 모른다. 기쁘고 행복만 할 것 같은 이 기간은 의외로 외롭고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