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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Feb 17. 2020

임산부들은 왜 조용할까?

고독한 임산부

임산부들은 조용하다.

자신이 겪는 신체, 심리, 사회적 변화에 대해 묵묵히 받아들이고 감내한다.

내가 임신을 하고 나니, 나도 그렇게 변하는 것 같다.


임신에 대한 글을 찾아보았을 때  많은 글 속에 "와, 임신이 이런 거라는 걸 왜 아무도 안 알려준 거야?"라는 내용이 필수적으로 담겨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임신을 하고 나서 놀랐던 점은 임신 후 겪는 변화들에게 대해 살면서 거의 들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출산했던 친구들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거였다. 임신 후에 친구들에게 이런 변화들에 대해 나의 느낀 점을 이야기하자 그제야 다들 "나도 그랬어" "나도 힘들어"라고 말해주었다.


 과정에서 나는 임신 과정 중의 힘듬은 말해서 안 되는 영역이라는 것을 느꼈다.  왜냐면 임산부의 모든 변화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대게 완전한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나의 경우 임신 후 가장 먼저 변화는 신체에 놀랐다. 골반이 벌어지고, 손마디가 저리고, 걸을 때마다 악 소리가 나오는 치골과 허리. 고대 여인상처럼 늘어나서 처지는 가슴, 까맣게 변는 겨드랑이와 유두, 배에 나는 까만 털과 투둑 뜯어지는 살들


이런 변화들에 대한 주반응(남편)은 한결같다 "임신하면 원래 그래. 자연스러운 거야. 받아들여"  


자연스러운걸 아프다고 티 내고 이야기하는 건 뭔가 임산부로서, 엄마로서 옳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준다. 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감히 불평을 하는 거야 느낌이랄까. 그래서 점점 입을 닫게 되고 그냥 혼자 감내하게 된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이 말을 듣게 되면 그냥 포기하게 된다. 더 이상 아무에게도 나의 고통과 힘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게 되고, 그저 혼자 감당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임신 중 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꽤 되는 것 같다. 얼굴에 여드름 하나만 나도 하루 종일 신경 쓰이는데, 온몸이 변하는데도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도, 이해를 받을 수도 없다 보니.


많은 사람이 그 과정을 통해 태어나고 자랐는데도 우리는 이 과정에 너무 무관심하다. 임산부가 이토록 고독한 존재라는 걸 알았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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