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남편이 "얘는 내가 데려갈꺼거니까 너는 혼자 너네 집에 가"라는 유치한 말을 퍼부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내 자식'
결국 남편이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때 남편의 말은 계속 찝찝하게 남았다. 남편의 식구들이 내 아이에 대해 갖고 있던 태도를 남편이 결국 입 밖으로 꺼냈구나 싶었다.
아이를 갖고 낳으면서 나는 이 아이가 내 자식임을 강조했다. 너무 이상했지만 남편의 식구들을 만나면 그랬다.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도 시가에서는 자신들의 가문에(?) 맞는 이름, 남자아이에게 맞는 이름을 직접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강요했다. 내 자식인데 왜 내가 이름을 못 짓게 하는 거냐고 남편과 수십 번 싸웠다. 친할머니, 외할머니를 구분 지으면서 내 아이가 남편네 집안의 소속인 것 마냥 얘기하는 것을 보며 남편의 식구들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그러니까 남편의 식구들은 내 아이를 자신의 가족, 나의 핏줄, 내 새끼라고 한다. 그런 모습에서 나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내 아이를 나와 남편 사이의 아이가 아니라 남편과 남편 식구의 아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 불안감이 든다.
늘 이런 불안과 위기감을 지니고 있었는데 남편이 확인해준 셈이다. 아이에 대해 내 자식, 그러니까 우리 가문의 자식이므로 너 혼자 빠져나가도 별 이상 없다고.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제의 찌꺼기다. 여성은 아이를 낳아, 그 집안의 대를 이어주는 자식을 낳아주는 도구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아직도 내 가족 사이에 남아있다. 내가 묘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 역시 나와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우리의 가족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내 아들의 아들 딱 이 정도 선으로 정리는 남편 식구들의 태도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나는 갈 곳을 잃었다. 나는 남편의 가족이지만 남편 식구의 가족은 아니다. 그런데 내 아이는 또 남편의 가족이라고 한다.
참 이상하다. 아이를 열 달 동안 품고, 생살을 찢어가며 낳고, 모든 사회적 경력을 단절시킨 채 애를 키우고 있는 것은 나인데 왜 나는 이 아이가 내 아이라고 매번 외쳐야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