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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Jan 05. 2021

저출산 대책, 그거 돈 몇 푼 준다고 애 낳는대?

문제는 그 20만 원이 아니야 바보들아

최근 들썩이는 부동산 때문에 정치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집없는 시민 흉내를 내면서 앓는 소리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집없는 설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치고는 굉장히 부유한 사람들이라 이질감을 넘어 종종 불쾌감도 느껴졌다.


저런 사람들이 국회에 있어서 그런걸까? 엘리트들 끼리 똘똘 뭉쳐 있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 서민들이 왜 애를 안 낳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이 정책 만드는 사람이나 시행하는 사람이나 다들 엘리트 집단이라 서민들은 그저 돈 몇푼 더 주면 애를 순풍순풍 낳을 거라고 생각하나보다.


애를 낳고 키우는 나의 입장에서 중요한건 그 몇푼이 아니라 가정의 안정이다. 아이를 낳고 더 튼튼한 가정이 되길 바랬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는 종종 막막하다. 내 눈 앞에 벽이 하나 생겨버린 것 같다. 식구 하나 늘었을 뿐인데 나는 일자리가 위태롭고 남편은 발에 족쇄가 잡혔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남편은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냈다가 말 그대로 쌍욕을 먹었다. 공공기관은 그나마 정부 정책에 적극적이니 될거라 생각했다. 30 넘어서 직장 상사한테 쌍욕을 듣는 남편한테 그래도 육아휴직을 내라고 할 수 없었다.


남편의 육아휴직이 무산되면서 결국 휴직을 쓴 건 나인데  복직이 쉽지 않다. 프리랜서라 쉽게 돌아갈 줄 알았는데 한번 육아로 인해 공백이 생기니 너는 언제든 그만 둘 수 있잖아 라는 편견이 생겼나보다. 아이를 낳고 안정적인 삶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위태롭고 불안정해졌다. 나는 나대로 숨이 막히고 남편은  남편대로 힘이 든다. 


경단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독박육아, 일하고 싶어도 보이는 시가,친정의 눈치,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의 죄책감, 직장에서 밉보이면 안된다는 강박, 야근은 해야되는데 집에서 애도 봐야되는 아빠,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세 식구 서울에서 살 집 한채는 커녕 전세값도 모으기 힘든 현실.


이런 상황에서 겨우 10만원 더 준다고, 20만 원 더 준다고 전혀 행복해지지 않는다.


애있는 엄마인 나한테 필요한건 안정이다. 아이와 함께 우리 가족이 더 잘 살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주는 환경.

근데 우리는 불안하고 무섭다. 정부의 출산 부양 정책이 하나도 반갑지 않다.


몇 년째 그깟 몇십만원 쫌쫌따리 올리면서 애 좀 낳으라고 하는 정부가 진짜 한심하다.

정권이 바뀌고 바뀌어도 여전히 너무 그들만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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