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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데아 Dec 30. 2018

명절 때, 친정에 가는 거
시어머님이 허락해주신대?

진짜 요즘도 이래? 2편

명절 얘기가 나와서, 남편에게 명절 때 나도 먼저 우리 집에 가고 싶다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엄마한테 일단 물어볼게 라고 답했다.


기분이 살짝 나빠진 상황이다.


남편은 당연하게 명절에는 자신의 집으로 가는 것으로 정해 놓고 있었던 거다. 시댁 식구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에 가기 위해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했다. 시댁과 수차례 통화 끝에 설날은 시댁으로, 추석을 우리 집을 먼저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불평등했다. 나는 명절 때 우리 집에 먼저 가고 싶다고 남편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했고, 그 뒤로는 시댁 어른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명절에 어디를 먼저 갈지 정하는 것에 기분이 상한 게 아니었다. 남편에게는 당연히 허용되어 있는 것이 나는 반드시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불공평했다. 내가 명절 때 다 팽개치고 떠난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처가댁을 먼저 가고 싶다는 것인데 시댁 식구끼리 토론 후에 '허락해주마'라고 통보해주는 상황이 이상했다.


우리네 부모님들이야 그런 시대를 살아오셨으니 그렇게 생각한다고 백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며느리는 출가외인인 시대였고, 결혼하면 친정 식구보다는 시댁 식구를 모시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였으니까.


하지만 세대가 달라졌고, 우리도 참 많이 변했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여전히 그 시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먼저 처가댁을 가자고 제안했을 때, 남편은 그래 그러자 혹은 명절에 둘 중 하나를 먼저 가면 되겠다 등의 대답을 주지 못했을까. 처가댁이 시댁보다 먼저 가면 안 되는 곳도 아닌데 말이다.


남편의 입장에서 내가 명절에 친정을 먼저 가는 것은 매우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일인 걸까? 남편과 나는 같은 세대이고 비슷한 교육을 받았는데 남편은 여전히 부모님 시대에 살고 있다. 머리로는 '요즘은 그러면 안되지'라고 생각하는데 마음속으로는 '결혼한 여자라면 응당 이렇게 해야지.'라는 것을 품고 사는 듯하다.


그래서 늘 남편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옳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집들이하는데 요리는 부인이 해줘야 기가 살고, 제사는 여자가 지내야 하고.


남편의 이러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과 부딪히고 또 부딪힌다. 언제쯤 이런 주제들이 대화거리도 되지 않은 시간이 올까. 남편과 내가 늙어서까지도 이런 주제로 갈등을 겪을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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