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데아 Jan 02. 2019

결혼할 때 칼은  시어머니가 사주시는거야

엄마 왜그러는거야

엄마는 오빠가 결혼할 때, 새언니에게 칼을 사줘야한다고 했다.

원래 결혼할 때 칼은 시어머니가 사주는 거라고 하면서 아주 비싸고 좋은 칼 세트를 사줬다.


엄마의 그런 행동이 못마땅했다.


엄마에게 물었다. 시엄마가 며느리한테 칼을 사주는 의미는 주방 일을 열심히 하라는 것 같은데, 그런 의미로 사주는거냐고. 엄마는 원래 그런거니까 토 달지말라고 너는 왜 또 시비를 거는거냐고 나를 더 못마땅해했다.


그리고 내가 결혼할 때, 주방 용품을 사려고 하자 엄마는 역시나 칼을 사는 나를 말렸다. 칼은 시어머니가 사주는건데 너네 시어머니는 그런 것도 안 챙기냐면서 말이다.


나는 엄마에게 만약 시어머니가 나에게 부엌칼을 사준다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사줘도 거절할거라고 말했다. 내가 부엌데기로 전락하는 것이 엄마는 그렇게나 좋으냐고. 그리고 칼은 남편에게 사오라고 시키겠다고 화를 냈다. 주방일은 남편한테 다 시킬거니까 남편한테 사오라고 하겠다고 말이다.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세대가 심지어 엄마와 딸의 관계라니. 결국 주방 칼은 내가 샀다. 엄마는 못마땅했는지 중얼거림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결혼 후, 지금의 나와 남편은 누가 역할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 눈치껏 잘 하고 있다. 내가 설거지를 많이 한 것 같으면 남편이 몇 번 더 하고, 남편이 설거지를 많이 한 것 같으면 그 뒤로는 내가 더 하고. 요리는 둘 다 못해서 그냥 사온 반찬이랑 먹는다.


우리는 이렇게 평온하게 잘 살고있는데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평화가 갈라진다. 얼마전에도 시어머님은 집안일이 힘든 것은 안다면서 남편에게 부인을 잘 도와주라고 했다. 마음 속으로는 남편이 설거지도 하고 밥도 하고 청소도 다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왜인지 그렇게 말했다가는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것 같아서 하지 못했다.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다. 두 분다 우리가 함께 벌이를 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야속하다.


만약 남편이 집안일을 아주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면 시어른들의 표정은 어땠을까? 반대로 남편이 시어른들에게 내가 집안일을 아주 잘 하고 있다고 했다면 그 표정은 어땠을까? 어른들에게 당당하게 돕는게 아니라 남편의 일이죠 라고 할 정도의 용기가 없는 나를 다독이며 집으로 왔다. 다음에는 한 마디라도 해봐야지 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집들이, 요리는 내가 하고 칭찬은 남편이 받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