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데아 Jan 14. 2019

남자는 다 커도 애야?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아기를 입양한 게 아닌데요..

결혼 생활을 준비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남편을 잘 챙겨줘야 한다'였다.

우리 부모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그리하였고, 내 또래의 친구들 역시 집안일과 육아에 대해 걱정했다.


반면 그동안 내가 썼던 글에 나와 있듯, 결혼하면 남성에게 여자를 잘 챙기라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이제 가장이 되었으니 가정을 잘 돌봐야 한다는 말을 했지만 그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므로 사실상 결혼하면 남성에게만 특별히 요구되는 남편의 역할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남자는 애라서 그럴까? 왜 어른들은 남자는 다 커도 애라는 말을 달고 사는 걸까? 이 말에는 아이의 순수함을 부각하기보다는 단점을 감싸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자기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간혹 충동적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일에 미숙하고 책임을 지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을 때, 감싸주라는 거다.


남자는 애라는 말, 너무 비현실적이고 치사한 말이다. 다 큰 어른이지만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말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성들의 잘못을 여성들이 용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법 같은 주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 말을 남성이 아닌 엄마들의 입에서 전달되는 게 참 슬프기도 하다. 우리 엄마네 시대에서는 대게 남성이 집안의 권력을 쥐고, 여성은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래서일까? 남편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서도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우리 엄마 아빠를 봐도 그렇다. 그래서 그 시대의 엄마들은 아빠들의 실수나 잘못을 '철없는 남자, 남자는 다 커도 애'라는 합리화로 그 상황을 견디고 무마시켜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 시대의 엄마들 사이에서 자주 쓰였던 말이 바로 남자는 다 커도 애야 였던 거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이 말이 굉장히 못마땅하다. 그래서 엄마가 남자는 다 커도 애라고 말했을 때, 엄마에게 '내가 입양하는 것도 아니고 애는 무슨 애야. 성인이 아직도 애 같으면 자기 엄마랑 살아야지'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런 나를 보며 우리 엄마는 한숨만 쉬었다.


남자는 다 커도 애라는 말, 언제까지 우리에게 전해질까?.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네 엄마들의 삶이 참 고달프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매번 엄마에게 "그러지 마"를 달고 산다. 여자가 말이 많다고 말하는 아빠의 말에 가만히 있지 말라고, 여자는 집안일이나 해야 된다는 아빠의 말에 참지 말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내 반쪽, 반려동물 결혼하니 이제 버리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