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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동훈 Feb 15. 2022

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입니까?

보다 더 즐거운 삶을 위한 '인생영화 찾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한창 떠들다보면, 항상 나오는 질문이 있다. “너에게 인생영화는 뭐냐?”라는 질문이다. 나름 ‘영화 부심’이 있어 내로라하는 영화는 모조리 섭렵한 이들에게 이 질문은 타인의 영화에 대한 안목을 가늠하기 위함이기도 하며, 나의 안목에 대한 과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가끔씩을 영화를 ‘읽는 것’이라고도 표현하는 내게도 사람들은 인생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두 개의 영화를 내놓는다. 이제는 스크린에서 만나보지 못할 故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죽은 시인의 사회>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인생영화라고 말하며 거침없이 내놓는 두 작품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자주 보거나 깊게 본 영화는 아니다. 누구는 수십 번 보거나 대사 하나, 장면 하나까지 면밀히 분석한 영화를 인생영화라고 내놓지만, 위의 두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인 초등학생, 중학생 때 한 번씩 본 기억밖에 없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한 번씩 더 본 것뿐이다. 그마저도 도중에 끊겼기에 엄밀히 말하면 본 것이라 할 수는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두 편의 영화가 내 인생영화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두 영화가 가진 스토리가 그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엘리트가 되기만을 강요하는 명문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라는 낭만을 가르친 선생의 이야기와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아름다운 거짓말을 끝까지 해낸 아버지의 이야기가 어린 꼬마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교과서를 찢으라 말하며 카르페디엠을 외치는 키팅 선생의 모습과 책상 위에 올라 “오 나의 선장님!”을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수용소에서의 생활이 탱크를 얻기 위한 게임이라며 나치 병사에게 끌려가면서까지 조슈아에게 거짓말을 했던 귀도의 모습에서 알게 모를 따뜻함과 인간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영화가 인생영화가 되어버렸다. 두 작품 이후 많은 영화, 좋은 영화들을 봤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와 <인생은 아름다워>만큼의 감동과 인상을 주는 영화를 만나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 읽는 역량이 부족해 그런 것일 수 있겠다만은 두 작품보다 좋은 영화가 내게는 아직 없다. 몇 편의 영화들이 나에게 있어 두 작품이 가지는 위상을 넘보려했지만, 언제나 승리하는 쪽은 한결같은 두 작품 뿐이었다.

많이 보지 않은 영화지만, 생각해보면 두 작품이 내게 준 영향은 상당히 크다. 교사를 꿈꿨던 뭣모르던 시절, 학생들에게 키팅 선생과 같은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었고, 귀도의 모습을 보며 죽기까지 들키지 않아야 할 거짓말을 할 만큼 누군가를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 생각들과 더불어 느끼는 많은 것들은 대단할 것 없는 하루하루의 삶에 최소한의 솔직함과 성실을 허락해줬던 것 같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세월을 사시며 청년 시절 그 누구보다 영화를 많이 봤다 자부하시는 아버지께 내가 받았던 질문을 똑같이 드렸다.
“아빠의 인생영화는 뭐야?”
“많은 영화를 봤지만 딱히 어떤 영화가 인생영화라고 말할 수 없다. 고민해봐야겠다”

아무리 많은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이 인생영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진 않는다. 인생영화는 철저한 주관성을 바탕으로 정해진다. 평론가들이 너도나도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라고 인생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고, 혹평을 받아 영화관에서 일주일도 안되서 사라지는 영화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인생영화가 될 수 있는 법이다. 각자가 살아왔고,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인생영화는 다르다. 어쩌면 한 사람에게도 살아온 시대에 따라 인생영화가 바뀔 수도 있겠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입니까?”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가? 아니면 한참을 떠올려봐도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가? 바로 떠올릴 작품이 있는 분이라면 그것이 왜 나에게 인생영화가 되었는지를 생각해보고, 떠오른 작품이 없는 분이라면 나에게 인생영화라 꼽을 만한 영화는 무엇인지를 찬찬히 생각해보자. 내가 살아온 길을 반추하거나 앞으로 살아야 할 길을 준비하는 의외로 귀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모처럼 여유가 있는 연휴다. <죽은 시인의 사회>와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달아 봐야겠다. 더 재밌어 보이는 다른 영화들로 인해 감상이 도중에 끊길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괜찮다. 계속해서 내 마음에 장면 장면이 남아있을 ‘인생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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