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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동훈 Apr 05. 2022

이준석의 입에서 눈을 뗀 언론을 기대하며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대한 생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와 관련한 이준석 대표와의 공방이 진행중이다.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두고 이 대표는 "선량한 시민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비문명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이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으며, 연일 SNS를 통해 본인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시민들 가운데서도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전장연 시위에 대한 옹호와 비판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시위의 합법 불법 여부가 논쟁중이다. 이준석 대표 발언의 혐오성 유무도 논란 가운데 있다. 전장연 시위의 진정성, 정파성 또한 뜨겁게 다뤄지는 문제이다. 모두 중요한 사안이다.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의제가 한 가지 더 있다. 모든 상황을 취재하고 다루는 언론에 대한 것이다. 수많은 언론이 전장연 시위에 관한 본질을 취재하지 못하고 있다.

전장연 시위를 다루는 언론들의 평균적인 태도는 다음과 같다. 이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리거나 공식 석상에서 장애인 시위에 대한 발언을 한 다음 날이면, 매체들은 앞다퉈 '누가 ~라고 했다'라는 식의 인용 보도를 내놓는다. 해석과 논평은 없다. 그의 발언 중 자극적인 표현을 골라내 제목으로 지어 클릭을 유도하는 것은 덤이다. 일명 '따옴표 저널리즘'이다.

인용 보도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 신속성이 요구되는 인터넷 사회에서 확인된 사실을 재빠르게 전달하는 것 또한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장연의 시위와 같이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되면서 사회 구성원 다수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을 다룰 때는 신속성만을 중시한다면, 사안의 본질은 흐려지고, 탁구공 주고받는 식의 논쟁만 되풀이된다.

전장연의 시위는 전장연이란 단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의 시위는 지난 20년 동안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연장선이다. 장애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과 관련되었기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문제이다. 때문에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객관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리고 충분히 깊은 시각으로 전장연 시위를 다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이 왜 욕을 먹고 비난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출근길 시위에 나왔는지, 20년 동안 투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공론장을 열어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신속성에만 집중한다면 해낼 수 없는 것이다.

언론이 공론장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본질이 호도된다. 시위가 불법이냐 합법이냐, 누구의 발언이 혐오냐 혐오가 아니냐는 중요한 사안이나, 전장연 시위의 맥락과 과정에서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한 것이고, 이 투쟁이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전장연 시위는 시민들의 출근길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있다. 이 대표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최대 다수의 피해'의 원인을 단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지하철 발차를 늦추는 휠체어가 불편의 원인이다. 그러나 진정한 불편의 원인, 최대 다수의 피해 원인은 건강한 공론장의 부재이다. 공론장의 부재로 인해 흐려진 본질이다. 흐려진 본질에 갇혀 해결되지 못하는 궁극적인 문제이다. 우리는 편하게 출근할 수 있다. 건강한 공론장이 마련되고, 공론장에서 논의되는 것들이 사회와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될 때 휠체어는 우리의 출근길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공론장의 형성은 언론만이 가능하다. 하루 빨리 언론이 이 대표의 입에서 시선을 떼고, 사안의 본질로 눈과 펜을 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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