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뱀입니다. 12지의 6번째 동물로 2025년 올해의 주인공이죠.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여러분께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는 청사포(靑沙浦)라 불리는 포구가 있습니다. 옛날 새 신부였던 김씨 부인은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 난파하여 돌아오지 않자 매일 해안가의 바위에서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수십 년을 하루같이 기다리는 김씨 부인을 애처롭게 여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 용궁에서 남편과 상봉시켰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이후 그 포구는 푸른 뱀인 청사(靑蛇)가 출현했다 하여 청사포(靑蛇浦)라 불리다가 뱀 사(蛇) 자를 모래 사(沙)로 바꾸었다고 하죠. 전설에 등장하는 푸른 뱀은 그냥 뱀이 아니라 용왕이 보낸 영물입니다. 견우와 직녀 이야기의 까마귀와 까치처럼 부부의 연을 이어주는 소중한 역할을 하죠.
위 이야기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뱀은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를 마을이나 가문의 신으로 모시는 신앙이 존재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퇴치되어야 할 악신이나 요괴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양면적 이미지는 저 뱀이 가진 특별함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 뱀은 마을이나 가문의 신으로 숭배되기도 했습니다. 마을의 큰 나무나 산속, 동굴 속에서 산다고 하여 지신(地神)의 성격을 가졌고 한 가정의 재물을 쌓아둔 곳간을 지키는 업신(業神)으로 숭상되기도 했죠. 그래서 우리나라 민속에서는 뱀 꿈을 꾸면 재수와 재물 운이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뱀에게 물리거나 뱀과 접촉하는 꿈은 태몽이거나 재물이 생기는 좋은 꿈으로 여겼죠. 집안에서 이 집뱀이 사람의 눈에 띄거나 밖으로 나가면 집의 운이 다 된 것으로 믿었습니다. “집에 구렁이가 나타나면 절대 내쫓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를 함부로 대하면 액운이 따른다는 속설도 이런 신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뱀은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성장할 때 허물을 벗죠. 이것이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不死), 재생(再生), 영생(永生)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 번에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의 다산성(多産性)으로 생식‧풍요‧다산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죠.
푸른 뱀의 해, 저는 여러분께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듯 도전과 재생의 기회를 받아들이세요. 뱀의 해의 기운이 여러분에게 풍요를 가져다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