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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소금 Dec 15. 2024

도둑맞은 집중력

우리가 단순히 조금 산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사회를...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술 담배 하지 말고 꾸준히 운동하고 일찍 자야 건강하다는 것은 나도 아는데, 그런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로 읽기 시작했다.

에필로그부터

우리는 모든 주제에 대해서 주의를 덜 가지게 되었다. 우리 사고의 깊이는 얕아지고 당장 원하는 것은 빠르고 쉬운 자극이 되었다. 그것은 많은 부문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숙고 없이, 더 많은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소모하면서 욕망에 충실하도록 만들었으며, 결국에는 전쟁이나 환경 오염, 재난을 야기하게 되었다 것이다는 것이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집중력으로 시작했는데, 사회 문제로 확대되었고 지구 환경 문제의 원인이 집중력 저하 때문이라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확실히 부담될 만큼 큰 폭의 주장인데,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자의 말대로 사람들의 주의력은 예전 같지 않고,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자극적인 편가르기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의 지식을 과신한다. 우리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지 못한 옛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할지 몰라도, 현재 우리의 판단력과 통찰력 기반의 행동들은 어쩌면 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이렌을 이기는 방법

나이트클럽의 수질 관리를 책임지는 문지기가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면 클럽은 개판이 된다는 직관적인 예시로 우리 뇌 전두엽의 역할을 설명해 준다. 우리 전두엽은 이제 밀려오는 정보와 자극을 제대로 걸러내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수많은 전자기기의 알람 속에서 우리는 스마트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지만 본질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타벅스 로고로 유명한 세이렌의 전설 이야기에서 그 옛날 바다를 향해하는 선원들이 아름다운 세이렌에 반해 바다로 뛰어 들어서 죽는다. 이야기의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이 매혹적인 여성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알아냈는데, 세이렌이 사는 바다를 지날 때 선원들이 손발을 돛대에 단단히 묶어두게 하는 것이었다.


유혹을 이겨내리라 자신하지 말고 손발을 묶어버리는 이 행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한다. 수많은 멀티태스킹을 잘 해내리라 자신하지 말고, 사전에 적당히 차단함으로써 전두엽을 고통에서 해방시키자.


딴 생각의 가치

책에는 수면 중에 뇌의 정화 활동, 몰입의 중요성 등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딴 생각에 대한 연구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평소에 내가 많이 경험하고 즐겨 활용하는, 정말 격하게 공감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집이나 회사, 친구들과 동호회 등 다양한 모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끝없이 다양한 일들이 들어온다. 물론 계속 정신없이 몰아치다가도 갑자기 막상 뭔가 할 일, 해야 할 일이 없는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도 짧은 영상과 뉴스, 미뤄둔 읽어야 할 것들을 찾아서 해치운다. 심지어 혼자 밥을 먹는 시간, 잠깐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도 그냥 아무것도 보지도, 읽지도 않고 보내질 않는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혼자 온전히 식사만 하는 사람이 없고, 창가를 멍하니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없다. 그 사람들 손에는 이제 핸드폰이 쥐어져있다.


나는 가끔 그냥 혼자 시간을 보낸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산책을 하거나, 그냥 어느 곳에 혼자 방문해서 둘러보거나, 그냥 혼자 갈 수 있는 카페나 식당에 간다. 솔직히 식당은 정말 어렵다. 혼자 가는 것 자체가 민폐로 여겨지는 곳이 많고, 혼자 술 마실 수 있는 펍은 찾기도 쉽지 않지만 가끔은 애써 찾아본다. 가만히 있다 보면 핸드폰 보는 것도 지겹고 그냥 이런저런 딴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진짜 좋은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왜 그런 생각을 이제서야 했을까 싶은 생각들을 많이 한다. 굳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버스 밖 풍경을 보거나 지하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딴 생각을 한 번 해보시라.


무한 스크롤의 노예

내가 절제력이 부족한 편이긴 하지만 SNS를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 일상에 호기심이 많은 편도 아닌데 한 번 시작하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 SNS 서비스다. 시작을 안 하면 일주일, 한 달을 접속하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는데, 오래간만에 한 번 들어가게 되면 쉽게 빠져나오질 못한다. 책에서는 이것이 바로 무한 스크롤이라는 혁신적인 기술 때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효과가 강력한 만큼 너도 나도 무한 스크롤 기술을 사용한다. 동영상도, 노래도 마찬가지다. 이제 긴 콘텐츠는 소비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최대 1분의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에 동영상도 점점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요즘 나오는 신곡들도 계속 짧아지고 있는데, 음악 사이트 10위까지 곡 중 절반이 3분 미만의 짧은 곡이다. 가장 짧은 제니의 만트라는 2분 16초다.


러닝타임


정신없이 짧고 빠르게 많은 정보를 흡수해서 더 똑똑해지는 것일까? 뭔가, 다들 어디서 본 것은 많아서 '어, 저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막상 그것이나, 어떤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기에 점점 잘 못된 의사결정이 많아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극단적인 정치 문제나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히 너무 큰 의견이라서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경제적 여유, 값싼 식단 그리고 환경

사실 책에는 조금 급진적인 내용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필리핀 사탕수수 밭의 일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와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 (임금 수령 전과 후) 아이큐가 평균 13점 정도 차이 났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지금의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사람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값싼 식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영양분은 부족하고 열량만 높은 값싼 식단 역시 사람들의 뇌의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고, 낮추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집중력에 태클을 건다고 한다. 달콤한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늘어 놓아 보지만, 사실 나도 당 보충한다는 명분으로 달콤한 군거질을 종종 먹는다. 일단, 과당 음료부터 다 없애야겠다.


무연 휘발유라는 단어를 접하면서 그럼 유연 휘발유도 있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려니 했는데, 책에 나온 내용을 보니 예전에는 유연, 즉, 휘발유에 납을 넣어서 팔았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대중을 속여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충 기억나는 비슷한 사건만 해도, 담배, 페인트, 가습기 소독제 등이 있는데,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정말 고민이 많아진다.


“유연휘발유 납 때문에 아이큐 낮아졌다”…66~75년생 가장 영향


집중력이 아닌 자신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에필로그에서 3가지 형태의 집중력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지금 당장 어떤 것을 할지 밝혀주는 스포트라이트, 책을 쓰고 싶다거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보다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서 길을 안내해 주는 스타라이트, 그리고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을,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데이라이트 형태의 집중력이 있다고 한다. 셋 다 중요하지만 데이라이트의 상실은 결국 나의 존재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형태의 상실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단순히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중력을 잃고 있는 현상과 관련된 현실 문제가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단순히 조금 산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사회를 망쳐 놓을 큰 병을 앓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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