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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rtbus Mar 29. 2024

저출생 정책? 바보야, 문제는 여성 '노동자'야!

: 정책대상은 '여성의 몸'이 아니라 '여성 노동자'

1. 들어가며- 저출생 정책의 '정책대상'은 누구/무엇인가?


저출생이든 저출산이든, 이젠 이런 현실에 대해 듣는 것이 지겹기까지 하다. 너도 나도, 여기서도 저기서도, 대한민국 없어질 수 있는 위기라고 난리다. 현재 총선국면에서도 거대 양당을 포함하여 모든 정치세력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를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둘 수 있게 하면... 부모와 아이가 행복할까? 행복해야 (더) 낳고 싶을 것 아닌가? 신혼부부에게 1억 원을 대출해 주고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대출금과 이자를 깎아 준다는데... 여성의 삶과 아이의 생명이... 결국 돈과 치환될 수 있는 재화인가?


지금까지의 저출생 정책의 '정책대상'은 과연 '여성'이라는 생물학적·사회적·정치적 존재인지 아니면 그저 생리하는 자궁(=포궁)을 가진 '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럽사회에 대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가족중심의 지원정책이 많으면 많을수록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을 중심으로 한 정책들이,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자신의 직업과 커리어를 중심으로 삶을 설계해 온 청년 여성의 삶과는 괴리되어 있기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임신·출산 장려 중심의 도구적·전통적 인구정책이 한국 청년에게 기존 규범의 강요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출산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삶의 만족도, 삶의 질, 사회적 신뢰, 기회의 평등 개인 삶의 전반적 만족도관계가 깊은 요인들이 청년의 출산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 다른 연구들의 결론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를 낳는 육체이자, 사회적 존재이자, 자기 삶의 주체인 한국 여성들은 왜 출산을 꺼리는 걸까? 어떻게 해야 아이를 낳기로 결정을 할까? 무엇을 필요로 할까? 다른 나라는 어떨까?



2. 여성노동자의 '생애과정'에 따라 필요한 정책


오늘날의 청녀 여성은, 과거에 비해, '노동중심적' 생애를 설계하는 비율이 높다. 그렇다면 이들의 全 생애과정에서의 정책수요는...


(1)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


현실) 15~29세의 성별에 따른 첫 일자리 임금이 150~200만 원인 경우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200~300만 원인 경우부터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300만 원 이상은 남성 종사자가 2배 이상 많다.

→  책수요: 고용평등정책


현실) 2022년 기준, ‘결혼해야 한다’에 동의하는 비율 대폭 감소- 미혼남성 36.9% 미혼여성 22.1%만 동의

대신,

가족의 개념 확장- '가족이란, 정서적 유대감에 기초, 주거·생계를 공유하는 관계'에 동의 비율 69.7%

비혼동거 동의: 청년층 80.9% 긍정/ 비혼출산 긍정: 25-29세 여성 80% 긍정

→ 정책수요: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 보장


※ 참고- 시민연대계약(PACS) 제도가 90년대 말부터 제도화된 프랑스에서는 결혼한 커플의 약 50%가 이혼하는 한편, 시민연대계약 커플이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는 약 25% 임


(2) 출산 및 육아 결정 시기


현실)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여성과 남성의 공통 1위는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남성이 꺼리는 두 번째 이유는 '사회,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 

반면, 여성이 꺼리는 두 번째 이유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고, 이 어려움을 지목한 여성은 남성의 약 3배


현실) 출산을 위해 필요한 정책 중 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정책 1위는 '주거지원', 2위는 '보육지원'

여성의 경우는 1위 '보육지원', 2위는 유사한 항목인 '경력단절 예방지원'-> 즉,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

정책수요: 경력단절 문제 해소 & 질 높은 공공돌봄 서비스



3. 정책적 제언


결국, 여성의 생애과정(life course)에 따른 정책적 수요는,

[ 고용평등정책  다양한 가족을 구성할 권리 보장  경력 유지 & 질 높은 공공돌봄 서비스 ]


 이는 '제4차  저출생·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의 기조, ‘전 생애 삶의 질 개선’을 전제로 한 정책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4차 기본계획에서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가임기 여성 1인이 아이를 몇 명 낳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책방향을 수정하고자 했었다. 이는 한 사회의 출생률은 복합적 정책의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목표'로 상정하는 주객전도 현상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현재 제4차 기본계획에 대한 재구조화를 진행 중이다. 이미 4차 기본계획에서 없앴던 ‘출산율 목표 수치’를 다시 꺼내 들고 ‘성평등 제고를 위한 목표와 추진과제(여성에게 부과된  돌봄책임 완화│성평등한 일터조성│포괄적인 성·재생산권 보장│젠더폭력 피해구제와 예방)'를 일괄 삭제한 바 있다.


물론, 정책 마케팅으로서 아무 정책에 '저출생' 단어만 붙여서 저출생 정책으로 둔갑을 시키는 사례는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저출생의 원인분석을, '사회·경제적 요인│문화·가치관 요인│인구학적 경로'로 구분하여 분석한 4차 기본계획의 방향성은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인데... 걱정이다.  


        ⦁ 사회·경제적 요인: 노동시장 격차와 불안정 고용(성차별 포함, 일·가정 양립 곤란 등)│경쟁교육

                                 │주택가격│돌봄공백

        ⦁ 문화·가치관 요인: 전통적·경직적 가족규범│정상가족 신화 지속│청년의 노동자 정체성 강화

        ⦁ 인구학적 경로: 주출산 연령대 여성인구 감소│혼인율 하락과 딩크족 증가


물론, 언급한 바와 같이 한 사회의 출생율은 복합적 정책의 '결과물'이기에

조세정책, 부동산정책, 교육정책, 가족정책, 환경정책, 노동정책 등등 모든 정책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정책대상이 생물학적 여성의 '몸'이 아니라 '사회·정치·경제적 존재로서의 여성'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특히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Esping‐Andersen과 Billari, F. C. 의 "Re‐theorizing family demographics(가족인구통계의 재이론화)"에서 발췌한 것으로서,

평등한 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여성의 역할에 적합한 가족균형이 형성되면 출생률이 회복한다는 선진국의 역사적 경험을 보여준다.


4. 해외 사례


스웨덴의 사례:

자녀계획이 있는 남녀 불문 노동자 = 육아 의무자

“스웨덴 부모들은 내 손으로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도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는다. 2021년 기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80.8%에 달하지만 출산율도 한국(0.78명)의 배를 웃도는 1.66명이다.”

-> 남녀 노동자 모두의 육아휴직이 전제되면 고용주는 어느 한 性을 선호할 유인이 없음


핀란드의 사례:

안티 카이코넨 핀란드 국방부장관은 NATO가입 진행 중인 2023년 1월부터 두 달간 육아휴직을 사용

“‘나토 가입’이라는 핀란드 정부의 어젠다가 어느 개인의 휴직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

-> 제도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


캐나다의 사례:

2016년 캐나다 정책대안센터(Canadian Centre for Policy Alternatives)에 따르면,

1세 이하 영아의  보육비용의 경우 토론토와 밴쿠버가 각 월 $1,307, $1,210에 이르는 반면,

퀘벡은 주정부 주도의 보편적 데이케어 정책으로 인해 월 $164에 그침

현 캐나다 정부에서는 퀘벡 모델을 전국적으로 전파하고자 노력 중


※참고

"코로나-19 팬데믹의 기대하지 않은 효과"

팬데믹으로 인해 외출금지 및 도시의 봉쇄가 거듭되던 2021년, 미국태생 여성들 중 특히 고학력 여성들의 출산율이 상승함 → 일자리를 보존하며 평등하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던 결과로 분석됨


※참고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명예교수

"최소한 출산의 30% 이상이 비혼출산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떤 선진국도 1.6 이상의 합계 출산률을 기록할 수 없었을 것"


[비혼출산율 국가비교(OECD)]

※ 비혼출산율은 2020년,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 비혼출산율이 한국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높은 것은, 한국보다 약 300시간 짧은  연간평균 노동시간이 이유가 될 수 있음: 한국 1915시간 vs. 일본 160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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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내용은 가독성을 위해 일일이 주석을 달지 않았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참고한 문헌을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관계부처합동. (2020). 제4차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0). 청년세대 생애전망에서의 남녀차이,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 이슈페이퍼

Moon. D. S. (2019). Deconstructing the flexiburity effects on health outcomes from gender perspectives: comparative analyses of the impacts of flexicurity on young adult’s suicide rates in wealthy countries. Korea University. Ohd dissertation.

이재. (2022). 20대 남성 일자리 부족? 통계는 다르다. 매일노동 (2023.4.4.).

여성가족부. (2020). 2020년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혼정보회사듀오. (2024). 출산인식보고서.

Mencarini, L., et al., (2018). Life satisfaction favors repreduction. The universal positive effect of life satisfaction on childbearing in contemporary low fertility countries. PloS one, 13(12), e0206202.

박정민, 박호준, & 이서경. (2022). 청년층의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인식이 결혼 및 출산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 사회복지연구, 53(4), 33-54.

Esping‐Andersen, G., & Billari, F. C. (2015). Re‐theorizing family demographics. Population and development review, 41(1), 1-31.

계승연. (2023). ‘베이비시터’ 없이도 출산율 높은 스웨덴…비결은 ‘성평등’. 연합뉴스(2023.6.13.).

Bailey, M. J. Currie, J., & Schwandt, H. (2022). The Covid-19 baby bump: the unexpected increase in US fertility rates in response to the pandemic(No. w30569).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김양숙. (2021). 캐나다 정부의 아이 돌봄 정책 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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