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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들로 Jul 07. 2018

해외여행 떠나기 전에 보는
<아바타>

혼영일년 7月 : 혼자서 즐기는 여행 1

<아바타>는 세계 역대 흥행 1위 영화다. (2009년 개봉, 총 28억 달러) 

신기록 작품답게 시청률도 잘 나와서 참 많이 편성했다. 어떨 때는 너무 틀어서 테이프 끊어지겠다는 시청자 불만도 들었을 정도니까. 디지털 파일로 방송하기 때문에 테이프가 끊어질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죄송스러운 마음에 한동안 편성하지 않았었다.

 

사실 내게 <아바타>는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 챙겨보는 영화다. 

다른 문명과 접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다져주는 영화라고나 할까. 


<아바타>는 외계 행성을 개발하려는 인간, 터전을 지키려는 원주민의 대결을 그린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샘 워싱턴)는 나비족에게 침투하여 원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비밀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나비족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원개발 계획에 의문을 가진다. 결국 개발을 몰아붙이려는 쿼리치 대령(스티브 랭)이 대규모 군사 토벌을 감행하고, 나비족과 제이크가 이에 맞서면서 판도라 행성의 운명을 건 전쟁이 벌어진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 

<아바타>는 '개발-자연' 단순한 이분법 구도가 아니다. 자기 눈을 고집하는 자와 다른 눈으로 교감하는 자에 대한 내용이다. 

쿼리치 대령은 철저히 지구인의 관점을 고수한다. 개발을 고집하는 대령에게 원주민은 귀찮은 방해꾼이다. 반면 제이크는 이방인 인간의 눈이 아닌, 원주민 나비족의 마음으로 다가간다. 연인 네이티리는 제이크가 인간임을 뒤늦게 알지만, 그의 진심을 확인하고는 얘기한다. “I see you”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바타>를 챙겨본다. 제이크의 마음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다.   


요즘 해외여행은 너무 편리하다. 마치 국내에 있는 듯 해외에서 생활한다. 

교통이 불편했던 과거에는 장거리 여정을 오랜 기간 준비해야 했지만, 지금은 원할 때 훌쩍 비행기로 떠나 원할 때 훌쩍 돌아온다.  

여행의 편리함은 여행에 대처하는 자세도 바꿨다. 과거에는 여행지에 머물며 원주민들과 교감할 시간이 있었지만,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지금은 기존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원주민 터전을 마치 박물관 구경하듯 관람한다. 

이방인의 관점으로 원주민들을 하대하는 쿼리치 대령 같은 이들이 많아지는 듯하다.  


레비 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에서 우월한 문화는 없으며 오직 다른 문화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유럽이든 아시아든 각 사회에서 인간은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상황에 맞게 변형되어 문화로 나타난다. 그래서 문화 간 우열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시적이라 여기는 브라질 원주민 문화도 실은 남미 밀림에 적응하면서 탄생한 소중한 문화다.   



내 기억에 남았던 여행은 관광지를 돌며 사진 몇 장 남긴 여행이 아니었다. 

현지인 생활 속으로 들어가 현지인과 교감했던 여행은 기억을 넘어 추억이 됐다. 여행자와 원주민이 대등한 관계를 맺고 여행 소비가 실제 원주민 혜택으로 돌아가는 ‘공정여행’을 그래서 선호한다. 

특히 저개발 국가를 여행할 때,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I see you"를 기억하려고 한다.  

굳이 기분 좋을 여행을 침략-방어의 전쟁터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실은 제이크처럼 마음을 열면 네이티리 같은 인연을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었다.  

끝내 인연이 없었던 걸 보면, 제이크가 그냥 잘 생겨서인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인연만 생긴다면 테이프 끊어질 정도로 <아바타>를 다시 열심히 틀 텐데...



 

#. 우리 모두는 손님이자 원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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