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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윤주 Sep 17. 2020

새벽의 남대문 시장을 본 적 있나요?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건물이 정말 낡았다. 

어느 여름날의 새벽 출근시간이 한참 남은 시간 집을 나섰다. 꽃시장을 가기 위해서다. 

남대문 시장 '대도상가'에 위치한 꽃 도매시장은 고속터미널 꽃시장과는 달리 아침 6시쯤 문을 연다.


서울에는 양재, 고터, 남대문 이렇게 세 곳의 꽃 도매시장이 있다.

남대문은 강북권에서는 유일하고, 또 소중한 꽃 도매시장이다.


 


내가 남대문 시장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이 김치말이 국수다.

상가 바로 앞에 분식집에서 파는 국수 :) 

원래 1,000원 이었는데 올해부터 1,5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어묵은 700원. 추가해서 먹으면 정말 맛나다.


남대문 꽃시장과는 인연이 깊다.

나는 내가 기억조차 나지 않던 시절부터 이 시장을 들락날락했다.

우리 꽃집 이름인 '꽃들일랑'은 몰라도 '윤주'는 다들 아신다. 우리 엄마는 '윤주엄마' 우리 이모는 '윤주이모'로 불린다...

들를 때면 매번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켜서 손에 쥐어주신다.


남대문은 고속터미널보다 시장 규모가 작다.

빠른 속도로 장을 볼 수 있다.

토요일이나, 오후에는 도매가 아닌 일반 소매 손님들이 많다.

집에 놓을 꽃을 사러 오거나,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꽃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다.


집에 놓을 꽃 한단(10송이)를 사거나, 대형 꽃다발을 만들려고 한다면 

도매시장이 꽃집보다 훨씬 저렴하다. 

다만 장미처럼 컨디셔닝이 필요한 종류는 피해서 구매하는 게 편하다.


반대로 일반 꽃다발을 사려 한다면 

꽃집이 오히려 더 저렴할 수 있다.

내가 꽃집딸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그렇다.


도매시장에서는 꽃을 한 단 단위로 구매해야 한다.

한 송이씩 섞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포장비가 따로 드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


이 꽃은 요즘 핫한 '옥시페탈륨'이다.

올해 여름 긴 장마와 태풍으로 꽃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2~3배 상승은 기본이다.


여름에는 원래 국산 꽃 화형이 작아진다. 올 여름에는 날씨가 습하기까지 해 최악의 재배 상황이었다.


꽃 가격이 너무 비싸서 도매시장 사장님들조차 감히 경매를 받아오지 못할 정도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뉴스에서는 아직까지도 팔리지 못한 꽃들이 폐기되고,

꽃 가격이 엄청 저렴해서 화훼 산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실이 아니다. 팩트체크가 덜 된 가짜뉴스다. 꽃 값 비싸다.

올해 초에도 싸지 않았다.


농가에서 수급 및 가격 안정화를 위해 꽃을 출하하지 않고, 폐기했는데 또 너무 많이 폐기하는 바람에 오히려 가격이 상승했었다.


모쪼록 좋은날이 와서 우리 가게도, 도매시장도, 농가도 웃음을 되찾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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