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윤주 Sep 12. 2022

누가 나의 엘리오를 울리는가

올리버의 사랑은 능숙했을까 서툴렀을까

<콜바넴>을 본 것도 벌써 N년째. 일 년에 두 세번은 꾸준히 다시 보고 있다. 늘 엘리오와 함께 설렜다 기뻤다 마지막엔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끝낸다. 첫사랑에 빠진 누군가를 연기하는 티모시살라메의 표정과 눈빛은 무엇보다 사랑스럽다. 푸른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여름, 땀, 햇살, 엘리오의 눈빛은 찬란이라는 단어 그 자체다. 팽창하는 감정과 함께 나의 첫사랑은 왜 저리 찬란하지 못했을까 희미한 기억을 꺼내 회상해보곤 한다.


나는 올리버가 정말 엘리오를 사랑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다. 사랑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막연히 '진짜 사랑한다면 저렇게 훌쩍 떠날 수 있는가' 의심했다. 그리고 올리버를 미워했다. 엘리오의 예쁜 첫사랑을 받고 사라진 연애에 능숙한 연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사람. 게다가 마지막 전화통화 씬은 엘리오에게 너무 잔인하지 않나. 엘리오는 수화기에 대고 '엘리오' 라고 말하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누군가  올리버는 엘리오를 사랑했지만 용기가 없었을 뿐이라고 한다. 1980년대 이탈리아, 6주, 잠시머문 여행지에서 만난 17살 소년을 사랑하게 됐다면 아무리 진심이라도 누구라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거라고. 머리로는 올리버를 이해하지만 여전히 밉다. 빠알간 눈을 하고 눈물을 뚝 뚝 흘리는 마지막 장면의 엘리오를 잊지 못한다.


영화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에 '서툰 첫사랑'이 있던데. 마주한 감정을 대하는 어른 올리버의 태도가 서툴렀을 뿐 엘리오의 첫사랑은 절대 서툴지 않았다. 엘리오는 행복할 거야. 분명히.




작가의 이전글 체념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