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8
"병 때문에"라는
자기기만.
결국엔 책임감의 문제다.
일에 가지는,
관계에 가지는
좋게 말하면 솔직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순진하다싶을 만큼
난 참 단순한 편이다.ㅎ_ㅎ
그래서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건
어디 새로운 자리에 가건
명절에 친척들이 모인 자리건
근황토크타임이 오면
음 나는 얼마 전에 ADHD진단을 받았네 했다.
아주 가끔 거리를 둔다거나
갑자기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이도
있긴 했지만
이래저래 피짓 토이를 선물해준다거나
병이건 뭐건
내 마음부터 다독여주며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마음들이
나에겐 훨씬 더 소중하기에
근데 이것도 양날의 검이더라
내가 병밍아웃을 하면
무조건적 연민의 시선을 던지는 이부터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도 대단하다 하는 이
응 그렇구나 그래서?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
그리고 불편한 기색을 애써 감추려는 이까지
반응이 여러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내 곁엔 따뜻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그들의 호의와 배려가
당장 무척이나 편했던지
잠깐 취했나보다. ㅎ_ㅎ...
어느새 나 스스로가
나=ADHD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읭?
난 ADHD를 '가지고 있을(have)'뿐이고
언젠간 ADHD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지향해 마땅할텐데~?
는 최근 한 두달간의 슬럼프 상황 요약.ㅎㅎ
그리고 이건
앞으로 조심하자는 뜻에서
남겨보는 기록쯤 되겠다.
성인ADHD가 있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반드시 이해받아야되고
소중한 사람을 함부로 대할 권리는 없다.
난 '성인'이잖나.
누구나 편견과 선입견은 가진다.
ADHD에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옳다는 것은 아니다.)
ADHD라고 말하는 순간
저마다가 가진 ADHD와
관련된 기억, 이미지가 떠올라
나에게 투영해보려는 작용이 일어난다.
더욱이, 실제로
신체 질환이 있다면
몸이 건강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정신과적 질환이 있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정신이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ADHD를 진단받으며
스스로 느꼈던 안도감은,
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다.
벼랑끝에 서 있던 그 때는
그 안도감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웠지만
이제는 현실에 발맞추어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하나하나 해나갈 때가 됬다.
"마음이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병 때문에
내가 지금껏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구나"는
이제 "마음이나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병으로 진단받았다."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조금은 단호해져도 좋을 시기가 아닌가 한다.
실은, 편견이 있음을 알기에
병을 더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하는 것도 있다.
다 까놓고 얘기하면
결국엔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 하지 않게-
건강한 방향으로 처신하고자 하게 된달까
요는,
병은 어디까지나 회복의 대상이지
끝까지 자기합리화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후후... 어쩌면 그 길로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고 슬픈
구렁텅이에 빠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