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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형제

소중한 것과 멀어지는 걸음

by 김보영

하얀 화물차가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오랫동안 멈췄던 풍경에 햇살이 깃들고, 물기가 돌고 바람이 부는 것 같다. 점점 더 똑똑히 내 눈에 가득 찬다.


-아빠.


차에서 내린 아빠는 더 낯선 모습이었다. 걸을 때마다 지팡이에 기댄 쪽 어깨뼈가 살갗을 뚫고 나올 것처럼 솟았다.


“왕왕왕!!”


아빠가 비닐하우스 쪽을 보더니 다시 자기 발 앞을 봤다.


“당신은 그냥 여기 있지 그래요.”


엄마가 처마 아래에 의자를 끌어다 놓으며 말했다.


“송이, 코코, 어쩌고 있나, 봐야지.”


아빠가 하는 말 사이사이에 움푹한 고랑들이 생겼다. 숨을 쉬는 폭이 짧아졌다.


“내가 보고 온다니까는.”


엄마는 걸음마를 도와주는 수레를 밀면서 아빠 옆에 바짝 붙어 걸었다. 예전에는 아빠가 엄마 걸음에 맞췄는데, 이제는 둘이 비슷하다. 밤새 마당이 넓어졌나 두 사람 앞에 놓인 길은 멀고도 뜨거웠다. 옷은 벌써 축축하게 젖었다.


더딘 걸음은 비닐하우스 문 앞에서 멈췄다. 아빠가 더 갈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밖으로 송이와 코코가 낑낑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닿지 못하는 그 답답함을 나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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