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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수선집 사장님

그리운 이웃 간의 정

by 에뜨랑제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동네 성당 앞의 작은 수선집이 있다. 사장님과 거래한 지도 어언 10여 년이 넘었다. 식구들 체격이 크지 않아 바지나 블라우스를 사면 꼭 기장 수선을 해야 한다. 그 외에도 교복 바지나 커튼 길이 자르기 등 다양한 수선일 때문에 분기별로 항상 들리게 되는 곳이다. 한 때는 늘어나는 수선비 때문에 재봉틀을 구입해 직접 수선해 볼 요량으로 일일 체험교실에도 등록해도 보고 문화센터에 다녀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재봉기술은 일반 바느질과는 달리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걸 알게 되어 포기한 지 오래다.


원룸 1층에 위치한 점포는 아담하지만, 수선에 필요한 재봉틀과 옷걸이, 작업대, 실꽂이 등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점심을 직접 만들어 드시기도 해, 냉장고, 커피 포트, 라면 포트, 에어 프라이어, 정수기 등의 시설도 있다. 그 작은 공간에 텔레비전, 화장실까지 갖추었으니 요즘 말하는 가성비 좋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점포는 사랑방과 같다. 갈 때마다 커피 한잔하고 가라는 인정 어린 말씀을 하셔서 따뜻한 인스턴트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가끔 인근에 사시는 친구분이 놀러 오시는데, 내가 갈 때마다 계시는 경우가 많아 서로 인사까지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점포에는 항상 옷이 쌓여 있고 천 쪼가리들이 굴러 다닌다. 한 번은 정리를 도와드리겠다고 하니 벌써 성당 교우님들이 작업을 하고 가셨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예쁜 꽃꽂이 수반이 있어 여쭤보니 성당 꽃꽂이 봉사하시는 분이 선물로 두고 가신 거라고 했다. 꽃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은 덤이다.


수선집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교복을 맡기러 온 학생, 늘어진 남편 티를 줄이러 온 할머니, 직접 바지 기장을 줄이러 온 아저씨, 개량 한복 원피스를 수선하러 온 아가씨,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옷을 맡긴다. 누구나 예쁜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 거울에 서서 옷을 입어보는 순간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수선집에 가면 된다. 물론 가끔은 예상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도 있지만, 인생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100% 만족은 굉장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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