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의 모습 #2
민규의 작업실은 인공호수 옆에 자리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예술가들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오롯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개인공간을 비롯해 유휴공간과 전시장도 포함되어있다. 작가들에게 레지던시 입주는 통과의례이자 필요한 과정이다. 축하 받을 일이며, 앞으로의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민규에게는 잘된 일이다.
그가 활동하는 동선에서 먼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공간에서 얻는 생각, 그로 인한 세계관의 확장은 작가에게 있어 매우 필요한 시간이다. 여튼, 민규는 이 레지던시의 1기 입주작가다. 작업실 내부는 적막과 고요 그 어딘가처럼 비워 있고 덜 채워져 있다. 영상을 주로 다루는 작가의 보편적인 작업실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작품 설치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와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모니터, SF소설과 전시도록, 그리고 몇 가지 소품작업들이 비치되어 있다. 너무 깔끔한 배열로 놓여 있어 작업실이라기보다 전시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비워진 공간은 다양한 사유의 가지를 만들어낸다.
민규의 작업실은 그 여러 갈래의 사유를 펼치기 가장 이상적인 공간의 표본이다. 이렇듯 한 사람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공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민규의 성정이 잘 스며있는 곳이다. 작업실에 걸린 작품과 최근 진행한 작업을 살펴보았다. 익숙한 작업도 있었고 내년 개인전 준비를 위한 작업도 잠시 볼 수 있었다. 그의 작업은 어려운 미술적 언어나 도구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대중문화, 특히 미디어 문화에 잠재된 가장 보편적인 코드와 장치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편집한다. 그가 편집한 이야기들은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서 오늘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과 내일을 위한 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