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호 Apr 05. 2023

은은한 빛

현욱의 모습 #1

  주차를 하고 현욱의 안내를 받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방 세 개가 있는 공간에서 현욱은 자신의 세계를 그려가고 있었다. 촬영에 앞서 서로의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근처 국밥집으로 향했다. 메뉴는 추어탕이다. 국밥집에서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온돌의 따듯함에 기대어 정말 맛있는 한끼를 배에 가득 품었다. 이 집은 보통의 추어탕과 조금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들깨가루 덕분인지 어느하나 자극적이지 않은 포근하고 부드러운 국밥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발걸음을 옮겨 그의 주거공간이자 작업공간으로 이동했다. 


  햇살이 잘드는 골목을 지나, 시간의 흔적이 고즈넉히 담긴 작은 주택 2층에 그의 공간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집 곳곳에 오래되어 짙어진 나무소재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모든 곳을 밝게 비추지 않고 적절하게 조명을 활용하여 때에 따라 변주될 수 있는 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가 만든 이 곳은 그의 작업 표면의 질감처럼 잔잔한 균형과 고요한 밀도를 지니고 있다. 작업실과 주거공간을 함께 쓰다보면 용도와 역할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결국 느슨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곳은 적당하게 안락하고 은은하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곳곳을 비추는 조명은 화분, 책, 테이블 등 필요한 부분에 비추어 마치 석양 혹은 별처럼 공간에 반짝임을 더한다. 현욱의 작업실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어느 것하나 버거운 것 없이 여유롭고 고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광은 이내 공간 곳곳에 스며든 현욱의 모습들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





작가의 이전글 익살스러운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