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욱의 모습 #2
현욱의 작업을 처음 접했을때의 기분과 느낌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정갈한 붉은색 테두리의 액자 안에 담긴 세계와 이야기와 애완동물의 보드라운 살결처럼 채색된 표면은 익숙한듯 생경한 세계로 관람자의 시선을 이끈다. 전체적인 모습은 전통 산수화의 구성을 따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자세히 그림에 집중하다 보면 확장되는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발과 가까운 땅의 모습, 광활한 대지의 질감이 화면을 감싸거나 별로 가득한 아득히 먼 곳이 일어나 나의 시선 가까이에 다가온다. 현욱의 작업에 대해 글을 쓸때면 항상 떠올리는 도구는 망원경과 현미경이다. 과거에서 볼 수 없었던 근거리와 원거리를 담을 수 있는 이 두 가지 도구는 우리의 시선과 의지를 확장시켜 주었다. 그래서 현욱의 그림은 확장된 형태의 이동시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가 보내고 있는 오늘의 시간, 그가 밟고 있는 땅과 숨쉬는 오늘의 공기가 담겨있는 드넓은 세계,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업실은 단정하고 단아하다. 채색을 위한 다양한 한국화 재료들과 차곡차곡 쌓이 빈 화면들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내일 그려질 장면을 상상하게한다. 여백이 많은 공간이지만, 단단한 공기와 숨으로 가득차있다. 채워짐의 가능성을 놓아 둘 수 있는 여백, 아주 좁은 세계와 넓은 세계를 동시에 담기에 아주 적절한 구성과 배치로 가득하다. 그 어느 것하나 복잡하지 않은 배열로 놓여 있는 이 곳은 가독성이 높은 공간이다. 나열된 사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작업, 휴식, 독서, 생각, 대화 등 바로 지금의 밀도가 충만한 공간이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