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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착각의 시작

성공의 그늘, 실패를 통한 깨달음

열아홉 살, 대부분의 또래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나는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들보다 한발 앞선 선택이었지만, 사실 그것은 열네 살에 어머니를 여읜 후 표류하던 내게 주어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나의 인생은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서른다섯에 한국이동통신으로 이직했고, 서른일곱에 중견 간부로 승진했다. 마흔여섯에는 대기업 임원이 되었고, 쉰둘에는 자회사 대표이사직까지 올랐다. 쉰다섯에 화려하게 은퇴하면서, 나는 완벽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은퇴 후 시작한 창업은 내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 얼마나 허상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기업의 위계질서 속에서 '갑'의 위치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창업 현장에서 매 순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은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다.


회사 생활에서는 명확한 지침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었지만, 창업의 세계는 달랐다. 사소한 의사결정도 전적으로 내 몫이었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내가 져야 했다. 자원 배분, 팀 구성, 고객 유치 등 모든 것이 새로웠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방식을 고수했고, 그것이 최선이라 믿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창업 초기의 자만심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를 심각한 적자로 몰아넣었다. 화려했던 경력과 명성은 현실의 문제 앞에서 무력했다.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내 방식만을 고집했고, 시장은 냉정하게 응답했다. 매출은 급감했고, 투자금은 바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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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창업 성공담을 이야기하지만, 실패의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런 성공 신화만을 좇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실패야말로 내게 가장 값진 교훈을 남겼다. 성공은 시야를 좁혔지만, 실패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성공은 축적된 경험의 결과이지만, 그 경험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성공자의 방법론은 시대의 변화 앞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실패를 피하려 하기보다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시작이라는 것을.


이 글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다음 편에서는 내가 겪은 구체적인 실패의 순간들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들을 더 자세히 나누고자 한다. 진정한 성공은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발판으로 삼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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