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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탈을 쓴 폭력, 교회는 왜 침묵했나

학대 사망 사건을 통해 본 종교공동체의 윤리 부재

by 따뜻한꼰대 록키박

[칼럼] 교회 안에서 벌어진 학대와 죽음…침묵한 믿음은 죄다

2023년, 인천의 한 교회에서 여고생이 학대 끝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로만 보아선 안 된다. 그것은 신앙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에서 자행된 ‘인권의 말살’이며, 종교가 자기반성과 책임을 방기할 때 얼마나 끔찍한 비극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지난 9월 19일, 서울고등법원은 교회 합창단장이자 주범인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함께 학대에 가담한 교회 신도 2명에게도 각각 징역 25년과 22년이 선고되었고, 피해 여고생의 친모에게는 징역 4년이 내려졌다. 이는 1심 판결의 징역 4년 6개월보다 5배 이상 강화된 결과였다. 재판부는 “학대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며, 피고인들이 결과를 충분히 인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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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빌미로 자행된 '종교적 폭력'

피해자 B양은 성경을 필사하지 않으면 잠을 재우지 않는 가혹한 통제 속에 살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체벌을 받았다. 심지어 팔과 다리를 결박당한 채 생활해야 했다.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것은 단순한 징계나 훈육이 아닌 명백한 고문이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다는 것이다. 신앙 공동체 내부에서 벌어진 학대가 오랜 기간 드러나지 않았던 것도,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인 구조와 맹목적인 권위주의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어떤 교회 지도자도 이 사태를 조기에 막지 못했고,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교회의 책임은 없는가?

이번 사건은 단지 몇몇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종교적 권위 아래에서 공동체 구성원이 얼마나 쉽게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랑’과 ‘회개’를 말하는 신앙의 공간에서 ‘폭력’과 ‘무관심’이 벌어진 현실은, 오늘날 교회가 얼마나 성찰 없는 구조로 전락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윤리적 책무를 지닌 공동체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교회는 오히려 그 약자를 억압하고,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넣는 도구가 되었다. 더욱이 교회 구성원들 간의 묵인과 방관은, 피해자의 절규를 철저히 외면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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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외면한 '가정 밖 청소년'

피해자인 여고생은 정신적 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였고, 어머니는 병원 대신 교회에 딸을 맡겼다. 이는 사회 안전망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가적 보호가 시급한 청소년이 종교 공동체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복지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반증한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교회나 종교기관이라는 사각지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공동체 내부의 위계와 권위가 강조되는 구조 속에서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가해자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성직자와 종교 지도자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종교는 단순한 신념체계가 아니라 인간 존엄과 공동체 윤리를 가르치는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성직자들이 이를 망각하고, 오히려 종교를 통제와 위계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이러한 비극이 발생한다. 지도자 한 사람의 왜곡된 믿음과 권위는 다수의 침묵과 결합되어, 결국 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제라도 교회 지도자들은 자성해야 한다. 교회는 내면의 신앙만을 강조하기보다, 실천적 사랑과 보호의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공동의 반성을 통해서만 교회는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이 사건은 모든 성직자들에게 '내부 통제'와 '신도 보호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함을 일깨우는 경종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연대와 제도 보완

이번 사건은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복지기관도 함께 이 비극에 책임이 있다. 위기 아동을 교회에만 의존하도록 방치한 행정 시스템, 신고를 두려워한 주변인들의 침묵, 반복되는 아동학대 범죄에 미온적인 사회 분위기 모두가 사건의 공범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종교시설을 포함한 모든 생활 공동체에 대한 아동 보호 기준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더 이상 '신앙'이라는 이유로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맺으며: "우리는 이 죽음 앞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고생 B양은 교회라는 신앙의 공간에서, 오히려 생명의 존엄을 부정당하고 죽음에 이르렀다. 그 죽음은 우리 모두의 침묵이 빚어낸 결과다. 이 참혹한 사건이 단순한 판결 뉴스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죽음을 기억해야 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종교, 국가, 사회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


더 이상 교회가 인권의 무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직자들은 말로만 사랑을 이야기하지 말고, 행동으로 신도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모든 약자에게 교회보다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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