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와 데이터센터보다 중요한 것, 교사·인재·리터러시 교육의 골든타임
정부는 인공지능(AI)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AI 반도체 강국’, ‘데이터 허브 국가’, ‘AI 3대 강국 도약’—이 구호들은 산업 전반의 혁신과 국가 경쟁력의 상징처럼 들린다. 그러나 정작 그 산업을 지탱해야 할 교육의 현실은 놀라울 만큼 낙후돼 있다.
AI를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고, 인재를 키울 기반이 부실하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국 사범대 컴퓨터교육과 정원은 2021년 8곳 182명에서 2025년 9곳 193명으로 불과 11명 증가했다. 교직 과정을 포함해도 연간 434명에 불과하며, 이들이 모두 교단에 선다고 해도 전국 5679개 중·고교를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현장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한 명의 정보 교사가 여러 학교를 순회하며 수업을 맡고, 비전공 교사가 임시로 수업을 대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교실엔 학생이 있지만, 가르칠 교사가 없다. AI 인재 양성의 첫 출발선인 교실이 이미 텅 비어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2027년까지 AI·빅데이터·클라우드 분야 인력 약 6만 명이 부족할 것이라 전망한다.
AI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이를 운용하고 발전시킬 전문 인력은 태부족이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미스매치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구조적 결함이다.
중국은 이미 2001년부터 초등학교 ‘정보’ 과목을 필수화했고, 베이징시는 AI 전문 교사 100명, 핵심 교사 1000명 양성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국 역시 AI 기초 소양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과 통합해 초등 과정부터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실과’ 교과서의 한 단원에 AI 개념을 삽입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AI 국가산업화의 본질은 인프라보다 ‘사람’이다. GPU와 데이터센터를 아무리 늘려도, 이를 설계하고 가르칠 사람이 없다면 산업 발전은 공허한 외침이 된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은 교육 현장의 또 다른 화두다.
교사와 학교장은 학생의 스마트폰 소지를 제한할 수 있게 되며, 위반 시 제재 근거도 명문화됐다.
교사 10명 중 7명은 “수업 중 스마트폰이 집중을 방해했다”고 답했다.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04분, 과의존 위험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중독, 사이버 폭력, 수면 장애 등 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하면, 금지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금지’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AI 학습은 대부분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AI 문해력(AI literacy), 코딩 실습, 생성형 AI 활용 교육 등은 모두 디지털 환경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일괄적으로 금지하면, 학생들이 AI를 경험하고 활용할 기회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같은 규제를 시행하면서도 교육용 기기 사용을 명확히 예외로 두었다.
프랑스의 ‘디지털 쉼표 정책’은 등교 시 휴대폰을 수거하지만, AI 및 코딩 수업에는 별도의 기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한다.
한국의 법안은 이런 세부 조정 없이 일괄 금지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집중력은 높일 수 있어도, 창의력은 잃을 위험이 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AI가 요약해준 글만 읽는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겨레21』의 칼럼 「AI에 읽힐래, 직접 읽을래?」는 이 같은 현상을 경고했다.
AI의 요약 기능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인내와 비판적 사고력을 잃어가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재조합할 뿐, 인간처럼 ‘이해’하지 않는다.
그런 도구에 의존한 학습은 결국 ‘사고력의 피로화’를 초래한다.
AI가 답을 대신 내주는 교실은 지식을 전달받는 인간을 양산할 뿐, 문제를 정의하는 인간을 길러내지 못한다.
AI 시대 교육의 본질은 ‘기기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를 다루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다.
AI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AI는 학습의 도우미가 아닌 사고의 대체물이 될 것이다.
AI 시대의 교육개혁은 세 가지 핵심 과제를 포함해야 한다.
첫째, 교사 양성 체계의 확충.
단기 인력 충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산업·교육 협력형 AI 교원 양성과정을 신설해야 한다.
기업 실무와 학교 교육을 연결하는 구조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 스마트 기기 활용 교육의 정상화.
‘스마트폰 없는 교실’이 아니라 ‘스마트하게 배우는 교실’이 되어야 한다.
AI 학습 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교사가 디지털 학습 설계자로서 역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 균형과 교육격차 해소.
현재 AI 교육 인프라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농어촌과 중소도시 학교는 전담 교사조차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AI 강국을 외치면서 절반의 학생이 AI를 경험조차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책의 모순이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지탱할 새로운 언어다.
그러나 그 언어를 가르칠 교사가 없고, 배우는 기기마저 금지된다면 ‘AI 강국’이라는 꿈은 허상에 불과하다.
AI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우겠다면,
GPU보다 교사를, 데이터센터보다 교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AI가 미래의 핵심이라면, 그 미래를 설계할 사람을 키우는 일이 우선이다.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인간답게 사용하는 능력’**이다.
그 능력을 키워낼 교사와 교육, 그리고 학생을 위한 투자가 지금 바로 필요하다.
AI 산업의 성장은 결국 사람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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