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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마비, 자산의 반란…비트코인과 금의 시대가 온다

미국 셧다운이 만든 글로벌 투자 흐름의 지각변동

■ 칼럼주제

2025년 10월, 미국 연방정부가 다시 셧다운에 돌입했다. 정치적 교착은 경제 지표의 마비로 이어졌고, 시장은 혼란보다 기회를 포착했다. 비트코인과 금이 동시에 최고가를 경신하며 ‘에브리씽 랠리’라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왜 정부가 멈췄는데 시장은 흥분하고 있는가?


■ 사회적 현상

올해 들어 금과 비트코인은 유례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자산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정치적 불확실성과 통화정책 전환기라는 교차점에 서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점점 ‘탈달러화’를 고려하고 있다.

2025년 10월 첫째 주, 금은 트로이온스당 3977.19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비트코인은 12만6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금은 올해 들어서만 약 51% 상승했으며, 골드만삭스는 2026년 말까지 49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상향 전망을 내놓았다. 비트코인 역시 연초 대비 40% 이상 상승하며, 단기 콜옵션이 14만 달러에 집중되고 있다는 블룸버그 분석도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금과 비트코인이라는 상반된 자산군 — 전통적 안전자산과 대표적 위험자산 — 이 동시에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브리씽 랠리’는 단순한 기술적 반등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 정부 기능의 약화와 정책 실패에 대한 헷지 수단을 찾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스위스, 싱가포르, UAE의 중앙은행은 최근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을 높였고, 일본과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ETF와 현물금 투자를 늘리고 있다. 프랑스 정치 불안과 일본 자민당 정권 재편도 시장 심리에 불을 붙였다. 안전자산을 찾는 전 세계적 흐름이 미국 셧다운이라는 방아쇠에 의해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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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에 미치는 영향

미국 정부 셧다운의 영향은 단순히 연방 공무원의 임금 체불이나 관광지 폐쇄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의 ‘정보 생산 시스템’ 자체가 멈췄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셧다운 3일째부터 미국 노동통계국은 고용지표 발표를 보류했다. 이로 인해 기업 투자자들뿐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통화정책 판단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비자물가지수(CPI), PPI, 실업률 등 핵심 경제 지표의 공백은 시장을 더욱 불확실성 속으로 밀어넣는다.

한편, 유럽과 아시아 시장은 이 정보 공백을 투자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최근 금 기반 파생상품에 대규모 자금을 유입시켰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미국 정부 마비가 일본 증시에 유리한 변동성 기회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기후 정책, 공공의료, 인프라 투자 등 공공재 성격이 강한 정책들이 멈춘 가운데, 시민의 삶은 점차 민영화된 경제 논리에 내맡겨지고 있다. 이는 자산 가격 급등이라는 숫자 뒤에 감춰진 불평등의 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 현재 상황

2025년 10월 7일 현재,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7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기 다른 임시예산안을 상정했지만, 상원에서 과반(60표)을 넘지 못해 표결이 반복적으로 실패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은 민주당 책임”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양당 간 입장차는 단순한 예산 항목 조정 수준이 아니다. 트럼프 진영은 이번 셧다운을 통해 연방정부 구조 자체를 축소하려는 ‘프로젝트 2025’의 전초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셀 보우트 예산관리국장은 이미 민주당 주도의 인프라 예산을 동결했으며, 각 부처에 해고 계획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과 의회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그 사이에서 희생되는 것은 공공정책의 지속성과 행정 신뢰다. 셧다운이 길어질 경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피치(Fitch)와 무디스(Moody’s)도 이미 유사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위험은 미국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점점 더 구조적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향후 대응 계획 등

지금의 셧다운은 과거와 달리 단기적인 정치게임이 아니라, 정부 기능의 본질을 둘러싼 철학적 충돌이라는 데서 심각성이 다르다. 공화당 급진파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명분으로 셧다운을 전략화하고 있고, 민주당은 공공성 유지의 명분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 대립 구도는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

향후 연방정부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한도, 연금 개혁, 국방비 삭감 등 주요 의제를 앞두고 다시 ‘예산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셧다운이 하나의 시범 케이스라면, 내년에는 더 거센 기능 마비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시장은 이미 선제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을 10% 축소했고, 인도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금 기반으로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미국 경제와 정치가 더 이상 ‘절대 안전지대’로 인식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 우리에게 주는 교훈

우리가 지금 마주한 셧다운은 단순한 행정 마비 이상의 함의를 내포한다. 시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신화를 의심하고 있었고, 이제는 그 불신을 자산 이동이라는 형태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정부의 기능이 멈춘 자리에 디지털 자산이 들어서고, 법정통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가상화폐’와 ‘귀금속’이 주목받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자산의 ‘정치적 중립성’을 재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처럼 “정부가 돌아오면 경제는 회복된다”고 믿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시장의 유일한 설계자가 아니며,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줄어들고, 시장이 그 공백을 차지하려는 구조적 이동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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