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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왜 지금 ‘화성-20형’을 꺼냈나?

북·중·러 군사연대와 ICBM 공개로 본 한반도 안보지형의 격변 시그널

by 따뜻한꼰대 록키박

칼럼 | ‘화성-20형’의 공개, 북한이 던진 전략적 선언과 미국의 계산된 침묵

북한이 지난 10월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전격 공개했다. 이 미사일은 외형상 다탄두(MIRV) 탑재가 가능한 구조로 추정되며, 고체연료 방식의 엔진을 채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북한의 전략무기 체계가 기술적 고도화를 넘어 정치적 목적과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단지 미사일 무기를 선보이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의 전술, 하나의 외교 전략, 그리고 하나의 체제 유지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그 타깃은 명확하다. 한반도는 물론 미국 본토, 나아가 국제사회 전체다.

이 칼럼에서는 북한의 화성-20형 전격 공개의 배경을 분석하고, 이로 인해 미국의 대북 전략과 안보 프레임에 어떤 변화가 야기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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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 왜 지금 ‘화성-20형’을 꺼냈는가?

북한은 지금 극심한 국제 제재, 기후 재해로 인한 식량난, 인플레이션과 산업 정체, 외교적 고립 등의 복합 위기 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군사력 과시라는 '고비용 전략'을 택한 이유는 내부 체제 결속과 대외 협상 주도권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보인다.

■ 내부 결속을 위한 '승리의 퍼포먼스'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오직 힘으로써만, 승리로써만 지켜지고 담보될 수 있는 주권”이라는 발언을 통해 군사력, 특히 핵무기 보유가 곧 체제의 안전 보장 수단임을 천명했다. 이는 북한의 공식적인 국방전략이 ‘핵 억지력’에서 ‘핵 실전력’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내세운 군사력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주민들에게 “우리는 여전히 강하다”는 자존심의 근거로 작용한다. 미사일이 날아가지 않아도 열병식 하나만으로 내부 선전 효과는 충분한 것이다.

■ 외부 협상에서의 '최대 레버리지'

한편 외부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의 주도권 확보가 목적이다. 지난 수년간 북미 대화는 교착 상태를 지속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를 반복하면서도 사실상 ‘전략적 무시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꺼낼 수 있는 유일한 협상 카드이자 무형의 압박 수단은 여전히 ICBM과 핵무기다. 특히 화성-20형처럼 다탄두 가능성과 고체연료 기술을 갖춘 무기체계는 ‘명분 없는 대화’보다는 ‘현실적인 주고받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도구로서의 가치가 있다.

2. 공개된 무기의 특징: ‘양보다 질’로 전환한 북한의 전략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양적인 과시에서 벗어나, 질적 우위와 정교함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등장한 무기들의 스펙트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화성-20형 ICBM: 고체연료, 다탄두 가능성, 미국 본토 타격 가능 범위


극초음속활공체 미사일: MD 회피 가능성


600mm 초대형 방사포: 대규모 탄두 탑재 및 장거리 공격력


장거리 순항미사일, 무인기 발사 차량 등: 전장 분산 대응 능력 확보


이러한 무기 체계들은 단순히 ‘파괴력’을 넘어서 방어 체계 무력화, 다중 타격, 기동성 확보 등 현대전에서 요구되는 전술적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실제로 '불가측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전력 보유국이라는 점을 시사하려는 것이다.

3. 미국의 전략적 침묵: 우려, 그리고 계산

북한의 이번 발표에 대해 미국은 공식 논평을 자제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 해석된다.

■ ① 미 대선 정국 속 북한 이슈 ‘관리 모드’

현재 미국은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가 요동치는 시기다. 국제 문제보다 인플레이션, 이민, 낙태 등 내부 정치 이슈가 핵심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북한 문제는 전략적 후순위로 밀려 있다.

북한의 도발에 즉각 반응할 경우, 국내 보수층이나 중국 견제 전략과의 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현상 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② 동북아 안보 프레임의 부담

북한의 화성-20형 등장으로 인해 미국은 확장억제 전략에 대한 실효성 검증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은 발사 징후 포착이 어렵고, 이동형 발사대에서 빠르게 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MD 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더불어 북·중·러 간 전략적 연대가 시각적으로 강조되면서, 한국·일본 등 동맹국의 불안 심리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이들 동맹국에 대한 방어 약속을 반복하면서도, 실제 대응 수단은 조심스럽게 아껴두고 있는 상태다.

4. 향후 전망: 동북아 질서 재편의 신호인가?

북한의 화성-20형 공개는 단기적으로는 열병식 수준에서 머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군비경쟁과 외교 지형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 한반도 군비경쟁 가속화

한국 역시 2025년 말까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기반으로 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며, SLBM, 전술핵 배치 논의도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또한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등 군사 노선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어,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가 불안정한 억제력 경쟁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 북·중·러 대 미·한·일 프레임 강화

이번 열병식에서 중국과 러시아 고위급 인사가 나란히 참석한 것은 북·중·러의 상징적 연대 구축을 보여준다. 이는 한미일 3각 동맹을 견제하는 동시에,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스스로 깨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만약 북한이 화성-20형의 시험발사나 7차 핵실험을 실제로 감행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내 역할 변화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5. 결론: 핵은 이제 '정치적 도발'이 아니라 '체제 유지의 중심축'

북한은 이제 더 이상 핵을 협상 카드로만 여기지 않는다. 김정은 정권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명확히 밝힌 것은 **“핵은 체제의 본질이자, 국제적 대우를 위한 지렛대”**라는 점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북한을 무시하는 전략은 되레 도발을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양보는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미국의 전략은 여전히 계산적이지만, 북한의 움직임은 점점 더 선언적이고 가시적이며, 위험을 무릅쓴 도박에 가까워지고 있다. ‘화성-20형’은 단순한 미사일이 아니라, 북한의 외교 선언서이자 안보 교과서의 표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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