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옷장 정리를 해야 하는데...

옷장 정리를 해야 하는데...          



꽃샘추위라고 해서 두툼한 파카를 다시 입었는데 돌아서니 덥다. 일부는 세탁소로 일부는 폐기하는 쪽으로 그리고 남은 조금은 의리로 차마 버리지 않기로 한다.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겨울옷을 어쩔까 고민하다 문득 창밖 바라보니 이미 봄이다.   

  

한 계절이 끝나버렸다는 사실.

옷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그런 생각이

아...

또 지나는구나..  

이렇게 시절이 지나듯 세월이 지나고 청춘이 지나는구나..

화려한 노을 뒤로 이렇게..     


이번에 못 입은 옷은 다음 계절에 꺼내 입으면 된다. 필시 다음에도 입지 않고 또 버리기 아까워 고민하겠지만 그래도 된다. 그러다 이 청춘의 다음은 어떨까 생각한다. 미루던 꿈은 계속 미뤄지고 그러다 폐기되고 한낱 꿈이었던 시절의 하소연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다음을 위한 나아감이 없으면 다음은 당연히 없다. 60 이후에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려면 오늘 그날을 위한 재료를 다듬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저절로 되어 있을 거라는 착각을 믿다가는 자주 나에게 배신당하는 인생이 되고 말 것이다     


옷장은 점점 비좁아지고 바라보고 있자니 생각은 복잡해진다. 정답을 알지만 답을 안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우리의 옷장은 비울 수 없게 되고 우리의 꿈은 혼잡함에 길을 잃는다.     


겨울 파커 주머니에 오만 원 권 지폐 한 장 있었으면 좋겠다. 

내 옷 말고 아내 옷에. 

그럼 조금 위로가 되겠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