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미래교육 시즌 1
슬기로운 미래교육 2부에서는 글로벌과 MOOC(온라인 공개 수업: Massive Open Online Courses)를 주제로 미국 웰즐리 대학의 이선희 교수와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의 윤세미 교수가 발제했습니다. 저는 대학이나 교육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 두 분의 발제를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교육 현장에 있는 제 지인들의 경험담도 떠올랐고요. 그 생각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먼저 발제를 맡은 이선희 교수는 “코로나 19 시대 미국 대학은 어떤 조처를 했는지” 설명해주었습니다.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 19가 크게 문제가 된 후, 미국은 비교적 늦게 코로나 19 상황을 맞닥뜨렸는데요. 그런데도 낯선 상황에 약간의 좌충우돌을 겪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해외여행, 유학, 출장 등으로 국제 교류가 일상이 되었대도 코로나 19가 직접 퍼지기 전까진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지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우리나라는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시기에 코로나가 크게 퍼져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는 교육계가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교육자와 학생이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로 학사 일정을 시작해야 했으니까요. 불행 중 다행히 미국은 봄 방학을 앞두고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봄 방학 일정을 당기고 학사 일정을 조정해서 코로나 상황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세미나와 워크숍처럼 대면으로 진행하던 교육 과정은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했고요. 이미 온라인으로 많은 자료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환 과정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다만 디지털 도구나 온라인 플랫폼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이 바뀐 교육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덕분에 각 교수가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수업 내용이나 방식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하네요.
한국 대학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게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실습이나 실험이 중요한 강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이 이에 불만을 품고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죠. ("비대면수업만 들었다구요" 대학생들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 미국에서는 실습이나 실험 수업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궁금하네요. (웨비나 중에는 이 질문이 떠오르지 않아서 못 여쭤봤네요. 이선희 교수님이 얼마전에 쓰신 칼럼을 읽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미국 대학의 경우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해보니 앞으로는 교수 개개인의 강의 능력보다 협업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고 합니다. 강의를 매끄럽게 전달하려면 촬영과 편집 등의 영상 기술과 관련 인력이 꼭 필요하니까요.
아직 한국은 온라인 강의를 코로나 19라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미봉책 정도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제 지인의 경우 DSLR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이 수강하고 있는 모든 수업의 촬영과 편집, 업로드를 혼자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예산이나 인력 지원도 전혀 없고요. 코로나 19 사태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그리고 한국 대학이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꿈꾼다면 지금과는 다른 행정적 지원이 꼭 수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선희 교수는 앞으로 수백 명 규모의 대형 강의는 온라인 강의로, 실제 수업은 학생들과의 교류를 중시하는 소규모 그룹 활동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교수의 역할도 강의자(Lecturer)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보고요. 미국의 대학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의 교육 기관에서든 앞으로 모든 교육자는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윤세미 교수는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 소속으로 많은 유학생들과 밀접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윤 교수는 1. 대학에서 세계 시민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지, 2. 로컬을 기반으로 진행하던 세계 시민 교육을 코로나 19 시대에는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지의 두 가지 질문을 청중들과 나눴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은 2015년 UN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일부로서 “2030년까지 모든 학습자들이 지속가능 발전 및 지속가능 생활방식, 인권, 성평등, 평화와 비폭력 문화증진, 세계시민의식, 문화다양성 및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문화의 기여에 대한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 발전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및 기술습득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학습자들이 더 포용적이고 정의롭고 평화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지식, 기능, 가치,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인데요. 서로 다른 문화권이나 국가의 사람들이 교류할 때 서로의 배경과 글로벌 컨텍스트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은 책이나 강의뿐만 아니라 직접 만나서 관계를 맺는 경험이 중요한데요. 대학의 교환학생 제도가 세계시민교육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이나 영상을 통해 전 세계의 문화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직접 몸으로 보고 느끼는 것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국제교류가 어려워진 지금은 어떻게 세계시민교육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 이 고민을 오래, 깊게 해왔을 윤 교수는 ‘학교 혼자 세계시민교육을 제공하려 하기 보다는 협력기관과 함께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지금 시기에 가장 적절할 것 같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여러 학교나 지역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으니까요. 윤 교수의 고민을 함께 들어보니, 어떤 어려움의 상황에서든 결국 함께 헤쳐나가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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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쏭
크리킨디센터의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