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미래교육 시즌 1
크리킨디센터는 연세대학교 청년문화원이 주최하는 [슬기로운 미래교육]이라는 ZOOM 웨비나(Webinar: 웹으로 진행하는 세미나)의 진행을 돕고 있습니다. 이 웨비나는 5월 13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에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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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미래교육 3부에서는 진화와 공학을 주제로 서울대학교의 장대익 교수가 발제했습니다. 장대익 교수의 발제 내용과 토론 내용을 아래에 공유합니다.
인간은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어마어마한 문명의 발전을 이뤘지만,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류는 여전히 야생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영장류와 인간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침팬지와 인간 어린이의 행동을 비교한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았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침팬지와 인간 어린이가 박스를 조작해서 사탕을 꺼내는,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비교해서 보여주었습니다. 박스에서 사탕을 꺼내려면, 우선 박스 윗부분의 막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상자 윗부분의 구멍을 드러내게 하고요. 그 구멍에 막대를 넣은 후에 박스 아랫부분의 버튼을 조작해서 사탕을 꺼내면 됩니다. (글로 읽어선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요. ‘사탕을 꺼내려면 복잡한 조작법이 필요하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셔도 됩니다) 실험자가 먼저 사탕을 꺼내는 방법을 보여주자 침팬지와 어린이 모두 잘 따라 했습니다.
실험은 한 번 더 진행됐습니다. 처음 실험에선 속이 보이지 않는 검정 박스를 썼는데 두 번째 실험에선 사탕이 나오는 원리를 보여주는 투명한 박스를 썼습니다. 실험자는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하게 사탕을 꺼내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스 윗부분을 조작하고, 박스 아랫부분의 버튼을 눌러야 사탕이 나오는 거죠. 하지만 박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박스 윗부분은 아랫부분과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버튼만 눌러도 사탕을 먹을 수 있었던 거죠.
자 그럼, 침팬지와 인간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침팬지는 박스 아랫부분의 버튼을 눌러서 사탕을 바로 꺼내 먹었고, 어린이는 실험자가 시범 보인 조작법을 그대로 따라 하여 사탕을 꺼내 먹었습니다.
단순한 실험이지만 이 실험을 통해 ‘왜 인류는 문명을 이뤘고, 침팬지는 그러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침팬지는 ‘사탕을 먹겠다’는 목표에만 관심 있고 절차를 따라 하는 데는 관심이 없죠. 침팬지 전체로 확대해서 본다면 침팬지의 이러한 성향은 공동체 내에서 지식을 축적하고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인간은 이 행동을 왜, 어떻게 하는지 절차를 따지고 중시하기 때문에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거죠. 인류의 문명은 모방에 의해 축적된 것이고, 그렇기에 문명은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집단의 성취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데카르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
- 아이작 뉴턴
인간이 계속 발전하려면 혁신만큼이나 전수가 중요합니다. 지난 세대가 쌓아 올린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가르칠 것인가?’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인류의 평균 기대 수명이 40~50세일 때는 20대까지 교육을 받고, 노동하고, 은퇴하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지금은 100세 시대인데 20대에 교육이 멈추죠.
40대 이후에 또 한 번의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쌓은 경험과 질문을 바탕으로 재교육을 받는 거죠. 그때 받는 교육은 삶의 의미와 가치, 질문하기/대답하기, 기술 문해력, 트랜스 휴먼 시대의 행복한 삶, 새로운 가치 등을 다뤄야겠고요.
지금도 특수대학원에 다니는 40대 이상의 학생들이 많지만 20대 학생들과 교류하는 기회는 별로 없잖아요. 직장인이라면 온라인으로라도 20대와 같이 수업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커리어 시프트도 가능하겠고요. 전 이게 교육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장대익: 지금 고 3 학생들의 등교를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근데 막상 학교 현장을 보면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단 말이죠. 고 3은 대입이 코 앞이라고 그냥 알아서 공부할텐데 왜 굳이 등교를 시켜야 하나 싶어요. 오히려 학교에 나와야 하는 건 돌봄을 받아야 하는 어린 학생들일 거 같은데 말이죠. 이런 상황을 보면 여전히 교육이 입시에만 초점을 맞추는 거 같습니다. 지금 우리 교육의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하겠죠.
리조: 발제자가 ‘유튜브를 통해 지식의 전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셨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유튜브로 무언가를 배우기 보다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오히려 유튜브는 쉼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에 내 가치관을 정립하고 내 세상을 돌아보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새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미: 우리가 미래 교육을 얘기할 때 어떤 플랫폼과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동료를 만드는 일인데 말이죠. 제가 겪은 대학은 공동의 학습터가 아니라 산업인력 양성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애초에 학생들을 줄 세워서 평가하는 데 어떻게 함께 공부하고 협력할 수 있을까요?
장대익: 대학가에선 ‘팀으로 과제를 내줘야 협력을 배운다’고 하지만 이 명제가 과연 사실일까요? 오히려 지금의 팀플은 공동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서로를 도구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공동 작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려면 본인의 한계를 깨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말이죠. 교육자, 교수가 느낀 ‘협력’의 경험은 어디서 오는지, 이런 가치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려 할 때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한 번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장대익: 분업을 하면 혼자 일할 때보다 더 큰 걸 이룰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을 하는거죠. 하지만 협력엔 비용이 듭니다. 외부집단과 협력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죠.
장대익: 지적 열망을 채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대학 졸업장에만 관심이 있지 협력, 성장, 배움엔 관심이 없잖아요. 고등교육의 가치를 전반적으로 재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은 연구자 집단이 되었고 학생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할 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 20대들이 입시에 지쳐서 막상 대학에 오면 교육에 관심을 덜 기울인다고 하셨는데, 트레바리 같은 독서모임에는 돈을 내고도 참가하잖아요. 배움과 커뮤니티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봅니다. 대학은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 '(동료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이렇게 생활에서 공감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장이 없다면 학교에서 아무리 공감과 협력을 배워봤자 소용 없을 것 같습니다.
리조: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 그 형식은 많이 논의하는데 내용을 고민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학교에서 제공하는 내용이 흥미롭지 않은데 말이죠. 각 세대의 경험과 시대정신을 연결하는 브릿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곳이 대학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슬기로운 미래교육 시즌 1의 다음 주제는 의학교육입니다. 6월 10일 수요일 오후 5시에 진행됩니다. 참여를 원하실 경우 슬기로운 미래교육 신청하기를 클릭하여 사전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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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킨디센터의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