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는 COVID-19 위기국면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나?
크리킨디센터는 연세대학교 청년문화원이 주최하는 [슬기로운 미래교육]이라는 ZOOM 웨비나(Webinar: 웹으로 진행하는 세미나)의 진행을 돕고 있습니다. 이 웨비나는 5월 13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에 진행합니다.
참여를 원하실 경우 슬기로운 미래교육 신청하기를 클릭하여 사전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즌1은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의 기조발언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웨비나에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조한혜정 교수의 발제 내용을 공유합니다.
COVID-19은 교육계에 큰 고민을 던져주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사, 교수들이 새로운 학습 방법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모두에게 다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매우 난감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서로 위로받고, 가벼운 실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2020년의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겠습니다.
위 영상은 스티브 컷츠의 2012년 작 사람(MAN)의 후속편입니다.
2012년의 영상은 사냥꾼으로서의 인간의 역사를 보여준 반면, 2020년의 영상은 사냥꾼의 역사가 끝났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 영상 말고도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는 콘텐츠는 많이 있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같은 책부터 <가타카>, <레디플레이어원>, <기생충>, <블러드 다이아몬드>, <설국열차>, <인터스텔라>, <로드오브워> 같은 영화들까지요.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가 떠오릅니다. "근대화가 진행될수록 위험과 그로 인한 불안이 증대된다. 새롭게 등장한 위험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위험은 초국가적이며 비계급적 특징을 지닌다."라고 현대 사회를 설명했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로서 인류의 역사를 '사냥꾼의 역사'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돌봄의 역사'와 '상호 부조의 역사'도 함께 보며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얘기해왔습니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가 말한 것처럼 3M: Money(돈), Market(시장), Me(나)을 강조했던 시기에서 벗어나 3E: Excellence(능력), Engagement(사회적 약속), Ethic(윤리)를 추구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죠.
그럼 우리는 어떻게 3E의 시대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한국의 상황으로 좁혀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은 압축적 근대화를 이룬 나라입니다. 도구적 합리성과 경제성만 강조하다가 '헬조선'으로 불리게 되었죠.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선진국이 아니라 먼저 망하는 나라, 선망국이 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유행하면서 한국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 한국이 굉장히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가 엄청나게 잘하고 있다기보다는 다른 나라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자화자찬하게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식민지 시기에 잃어버린 주체성을 민족해방운동과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어느 정도 회복해왔는데 이번 일로 주체성을 완전히 회복한 거 같기도 하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진국 국민들은 자국을 '끓는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라고 평가하곤 합니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거치며 개인주의가 너무 강화되어서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죠.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고요.
지금은 '전환을 위한 멈춤'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자발적으로 방역을 하면서 예전과 다름없는 삶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전염병, 기후위기 등의 장기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거죠. 이문재 시인이 3월 23일에 쓴 칼럼 <'방역 주체'에서 '전환 주체'로>을 함께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코로나 시대의 노동자를 원격근무가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 보건, 유통, 농업, 치안 등 사회에 필수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The Essentials), 식당이나 가게에서 일하면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The Unpaid), 외국인 노동자나 요양 시설에서 일하는 잊혀진 노동자(The Forgotten)의 4가지 계급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노동자는 이 위기를 넘길 수 있겠지만 나머지 3계급의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에게 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적절한 질문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배운 걸 잊고 새롭게 배우는 걸 배워야 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은 내가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갈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뭔가를 뛰어넘어 비상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것도 좋겠고요.
조한혜정 교수의 발제 후 연세대 지속개발협력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유수정 님이 현재 대학 교육의 생생한 현장을 공유해주었습니다.
※ 조한혜정 교수의 경향신문 최근 컬럼 "전환시대 전문가의 자격"도 참조하세요.
경향신문에서도 이날의 웨비나를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정용인기자)를 통해 소식을 전했습니다.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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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킨디센터의 소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