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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Aug 19. 2020

하자에서 새로 시작하며


이번 봄학기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며, 많은 분의 기대와 걱정 속에 시작했습니다. 옥수수들은 코로나 19 바로 알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시도해나갔어요. 이 과정에서 옥수수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책임감 있게 이어나갔습니다.     


2020년 봄학기를 마무리하고, 가을학기를 준비해나가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이번 봄학기는 어떤 의미였나 하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번 학기는 학기 말 공유회 제목(“‘성적표’: 성장, 적응, 표현”)처럼, 수업과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하고 새 학기와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며 그 과정을 '표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옥수수들은 항상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싶어 했고, 무언가를 주도하고 싶어 했어요. 자신이 무언가에 기여하고,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 바람을 실현하고자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봄학기의 끝과 가을학기의 시작 사이에 선 지금, 하자작업장학교는 새로운 발걸음을 걷고자 합니다. 이제 하자작업장학교는 크리킨디센터에서의 실험을 마치고 하자센터로 돌아갑니다. 3년간의 여정은 서울혁신파크 내의 다양한 네트워크 그룹과 교류하며,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옥상 텃밭 가꾸기


이제 크리킨디센터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옥상 텃밭을 가꾸던 옥수수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매주 화요일 ‘현미 네 홉’ 시간마다, 학교생활을 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옥상을 둘러보고, 물도 주고, 이따금 잡초도 뽑아주던 옥수수들이요. 옥수수들은 학교가 떠나게 된다는 소식을 듣자 한목소리로 물었지요. "우리 텃밭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견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안내판도 만들었던 옥수수들이기에, 함께 땀 흘려 가꿔왔던 옥상 텃밭을 떠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 일이겠지요. 옥상 텃밭뿐만 아니라 함께 만들고 꾸며나갔던 교실, 크리킨디센터의 곳곳에 옥수수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만큼 공간을 만들어나갔던 시간은 크리킨디센터를 떠나더라도 옥수수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거예요.



문득, 무지개 테이블 시간에 채소 그라탕을 만들면서 옥수수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납니다. 로마네스크 브로콜리, 감자, 단호박 등의 채소를 이용해서 만든 그라탕이었는데요. 하얀 오븐 용기에 로마네스크 브로콜리, 얇게 썬 감자를 넣고 베샤멜 소스를 붓는 모습은 마치 숲속에 물이 부어지는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이 모습을 보고 옥수수들이 말했어요. 마치 숲속에 홍수가 난 것 같다고. 이어서 실감 나는 구연까지 덧붙였지요.



"얼른 도망가. 숲이 잠기고 있어." 

"아니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그들은 로마네스크 브로콜리 위로 베샤멜 소스를 부으면서, 점점 빗물이 차오르는 숲을 상상했어요. 그리고 이 숲을 구하기 위해 등장한 크리킨디도 함께 떠올렸죠. 길게는 1년 반, 짧게는 한 학기 동안 머물렀던 크리킨디센터. 함께 한 시간만큼, 크리킨디 이야기는 옥수수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크리킨디는 남미 안데스 지방의 원주민인 케추아족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동물입니다. 숲이 타고 있는 가운데 동물들이 앞다투어 도망갈 때, 크리킨디라는 이름의 작은 벌새는 왔다 갔다 하며 작은 주둥이로 물고 온 단 한 방울의 물로 불을 끄느라 분주했지요. 다른 동물들이 그의 모습을 보고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라며 비웃었지만 크리킨디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라고 대답했어요.


불타는 숲에서 작은 주둥이로 물을 길어 불을 끄며,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벌새 크리킨디. 그 작은 벌새처럼, 옥수수들의 사회를 향한 한 발자국이 지금 당장은 미미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역사의 변곡점에 있는 순간,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크리킨디센터에서 옥수수들은 자신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앞으로 하자센터에 가서도 일상에서 불편한 것, 바꿔보고 싶은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지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시간은 계속될 것입니다.     


크리킨디에서의 실험, 배움을 가지고 하자센터에서도 옥수수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담임을 비롯한 판돌들은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하자작업장학교를 지금까지 지켜봐 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의 여정에도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하자작업장학교의 학생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의 관심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하자작업장학교 옥수수들을 지켜봐 주시고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하자작업장학교 담임 윤슬, 찬스 드림




작성자


윤슬 yuns@krkd.eco
크리킨디센터에서 대안학교 담임 업무를 담당하면서 온라인 학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찬스 chance@krkd.eco
크리킨디센터의 작업장학교에서 청소년들과 책 읽고 밭을 돌보고 가끔 시도 읽고 그럽니다. 그들과 함께 내일을 위한 알록달록한 발상을 하나씩 동작으로 바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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