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통신학교 여름캠프 후기
기록적인 장마, 폭염, 또다시 코로나. 모두 요즘 날씨를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단어들이죠.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에 직면한 요즘, 크리킨디센터에서는 기후통신학교 여름캠프가 열렸습니다. 생태 위기를 걱정하는 지구시민 청소년들과 Zoom을 통해 국경과 지역,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온•오프라인 참여의 장으로 꾸려졌어요.
기후변화를 넘어 인간이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서 지구에 영향을 주고 있는 지금, 자연이 영원히 관대하고 풍부할 것이라는 가정을 버리고 생산이 불가능해진 현실을 직시하며 지구를 대하는 태도를 달리 해야 한다는 이지유, 최원형 선생님의 특강을 시작으로 우리는 기후위기를 제대로 알기 위해 둘러앉아 공부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꾸준히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한 책을 펴낸 두 작가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메모하고 경청했어요.
기후위기를 해결할 하나의 방법으로, 농업 생산량이 20~30% 증가할 수 있도록 여성들에게 땅과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이지유 선생님의 말씀(기후위기와 성평등)과, “어른들이 가장 큰 주범이고, 바뀌어야한다”고 울먹이며 손 내미는 최원형 선생님의 이야기는 참가자들이 캠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습니다. 기후문제는 많이 들어왔고 알고 있지만, 어른들이 잘못을 떠넘기는 느낌이 들 때마다 무력감이 들고 화가 났었는데 기후캠프에서는 다른 어른들을 만났다고요.
온라인 참여자 중에는 물고기는 ‘고기’라는 단어가 인간 중심적이니, 물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아 ‘물살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하는 제안도 오가면서 온라인 소통의 장도 활발히 이루어졌어요.
[참고영상] 사회+과학 쫌 아는 십대 – 1강. 환경과 생태(최원형)
기후위기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만들고 있는 청소년들이 모인 자리엔 서울 이화여고 동아리 Pasch,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기후위기 행동모임 1.5℃, 제주 멸종위기종 어린이단을 비롯, 덴마크 Liva도 함께 했습니다. “입시만큼 기후 문제가 심각하고 중요하다.”고 말한 이화여고 학생들의 캠프를 갈음하는 소감이나, 시청과 교육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며, 비건지향의 삶을 알아가고 있는 광주의 1.5도씨 멤버들, 북극곰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멸종위기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주 바다와 숲에서 포켓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제주의 멸종위기종 어린이단의 활동은, 현재를 살아가는 당사자 청소년들의 진한 이야기였어요.
덴마크 멜로디 그랑프리의 대상 수상자인 Liva와의 zoom talk에서는 기후변화를 노래한 그의 ‘Ingen plan B(플랜B는 없다.)’ 곡에 담긴 의미와 리바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고기는 다음에 먹자’라는 재미있고도 의미 있는 가사를 곡에 담아낸 리바는, 병뚜껑, 캔 뚜껑, 단추로 장신구와 의상을 만드는 워크숍을 열기도 하고, 옷을 사지 않고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교환해 입는 자원 순환 활동의 실제 일상에서 유쾌하고도 즐겁게 실행해가고 있는 중이었지요.
Liva - Ingen plan b (LIVE) | MGP 2020
2018년 크리킨디센터에서 창단한 청소년 기후소송단의 활동 과정을 말씀해주신 이병주 변호사님은 "단지 이 소송이 선언적이거나 환경운동 캠페인을 위한 시험적 소송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승소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사건"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헌법소원 심판청구에서 청구인은 19명의 청소년이 청구인으로 참여했으나, 실제로는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과 국민이 함께 이 사건 헌법소원의 피해자이자 청구인들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기후위기 시대 '멸종위기종' 청소년들이 외친 목소리는?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교에서 2019년 동계학기 Game Design for Social Good 수업에서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그린하우스’ 보드게임, 리바의 ‘Ingen plan B(플랜B는 없다.)’의 틱톡챌린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실천을 무겁지 않고 즐겁고 재미있게 풀어낸 시도였습니다. 기후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동물복지와 먹거리에 대한 내용은 점심식사 무지개 테이블(비건식)을 통해 선보여지면서, 긴 설명보다 맛있는 식사로 모인 이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이화여고 Pasch 동아리 학생들의 'Ingen plan B' 틱톡 챌린지
비대면의 상황에서는 국경을 뛰어넘고, 기후환경으로 이동할 수 없는 거리도 뛰어넘고, 언어의 장벽도 통과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전 온라인 참가신청자 중에 수어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매 세션마다 수어통역사분들이 수고해주셨음은 물론이예요. 기후위기에서는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 되고, 모두 같은 자리에서 함께 준비하고 공동의 지혜를 낼 수 있어야 하니까요.
기후통신학교 여름캠프는 우리가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일, 소소해 보이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고민하고 행동하게 하는 지점이 되었습니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첫 발걸음, 여러분도 길을 함께 걷는 동료가 되어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