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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Aug 19. 2020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국립생태원 김영준

숨통 트이는 미래 인터뷰 시리즈 #2


<숨통 트이는 미래 :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인터뷰 시리즈는 작년 크리킨디가 개발한 '기후와 재난'을 키워드로 일하는 사회혁신가들과 함께한 진로프로그램 '숨통 트이는 미래'의 인터뷰 버전입니다.
   
인터뷰어로 참여한 크리킨디 청소년운영위원회 '킨온'의 위원장 '루트'는 일곱세대 청소년의 좋은 삶 인터뷰 시리즈 ‘너구리 마음’에 출연하여 젠더를 비롯한 사회현상에 관심을 표한바, 이 인터뷰 기획 취지에 공감하며 선뜻 동참해주었습니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코로나 대유행을 지나고 있는 심경, 그 속에서 보게 되는 자연 존재들과 사람들의 삶의 양태를 전해준 루트의 이야기는 인터뷰 질문으로 옮겨졌고, 그 질문을 토대로 인터뷰가 만들어졌습니다.

코로나-집중호우-폭염-코로나로 기후위기가 피부로 와닿는 요즘 '미래'라는 말이 이처럼 불안으로 다가온 적이 있을까요. 당장 내일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때에도 불구하고 더 나쁘지 않은 미래를 위해, 그저 묵묵히 내가 하는 일을 할 뿐이라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김영준 선생님의 청소년 시기가 궁금합니다. 야생동물과 생태계에 어릴 때부터 관심이 있었나요?

청소년 시기, 모두들 그렇듯 평범했지요. 다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꿈을 꾸기 어려워 하거나 서울대, 연고대, 의대 진학을 꿈꿀 때 저는 생물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는 게 좀 다른 면이었죠. 생물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울 듯 하여 수의학도 생각했습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있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거든요.


� 선생님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수의학을 말씀하신 것인지, 야생동물 업무를 말씀하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수의학과를 들어가고 수의사 면허를 받았으니 수의사로 살아야죠. 다만 국내에서 2년 정도 대동물 수의사를 하다가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으로 방글라데시에서 2년간 생활하면서 생각한 바가 있었어요. ‘부’의 크기가 ‘행복’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최소한’의 경제력을 확보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도 좋겠다고...


� 대학 졸업 후에 해외 봉사도 다녀오시고 전남 순천 온누리병원, 서울대 수의과대학 야생동물 유전자 은행 등을 거쳐 국립생태원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일반 수의사들이 하는 일과 생태원에서 수의사로 하는 일의 차이가 있다면요?

자리가 바뀌면 보이는 것도 바뀐다고 합니다. 또 같은 자리에 있어도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이지요. 달을 가리켜도 손가락만 보이기도 하는 법입니다. 생태원 근무 수의사라고 하여 일반 수의사와 다르거나 같지 않습니다.

그냥 각자가 가진 능력과 철학, 할 수 있는 제반 여력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과 상황을 잘 활용한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도 하겠지요. 현재 생태원에서는 7명의 수의사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리랑tv] 야생동물 수의사 김영준



� 인류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야생동물의 질병이 인간에게 옮겨오는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미 예견하셨던(잡식가족의 딜레마,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던) 부분이 있을 텐데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호모 사피엔스에게 질병은 항상 들어오고 나갔던 문제죠. 그 질병의 여파가 크고 작고, 짧고 길고의 문제였죠. 다만 인류라는 종이 가진 한계로 말미암아 그 파도의 규모와 빈도가 강하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교통이라는 능력으로 세상을 바꾸어버렸으니까요. 코로나 19로 뭐가 바뀔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큰 기후변화가 문제겠지요. 어찌하건 질병은 통제할 것입니다만, 기후변화는 아닐 듯합니다.


[한국일보] 김영준의 균형 : 코로나 시대 급증하는 야생동물 밀거래

[한국일보] 김영준의 균형 : 생물다양성과 질병


� 도심 속에서 다양한 동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과연 어떤 동물들이 사라지고 남게 될까요? 현재 도심에사는 동물들 외에 어떤 동물들이 우리와 함께 도시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기 위해선 우리에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먼 미래, 도심에선 바퀴벌레와 인간만이 살아가게 된다면 그때의 바퀴벌레는 지금보다 진화해 있을까요?)

생태학에서는 소스와 싱크라는 것으로 개체군을 나누기도 합니다. 소스에서는 개체군이 늘어나 옆으로 번져나가고 싱크에서는 그 개체들이 없어집니다. 상황이 좋다면 싱크가 다시 소스로 자리 잡을 수도 있지요. 도심 생태계는 큰 틀에서 싱크에 가깝습니다. 도심 생태계가 싱크가 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인류 주변에 서식하는 거의 모든 종은 절종 당하고 인간이 허용하는 만큼만 살아남았죠. 

먼 미래, 과연 인류는 현재보다 몇 %나 살아남아 있을까요?


� 선생님은 '시민들이 생태계에 관심을 두고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점차 알면서 그와 관련한 대책을 정책으로 제안하길 바란다'고 하셨는데요. 그러기 위해선 개인들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겁니다. 모두가 변하길 바라면, 솔직히 실망의 연속이고, 결국 무기력해집니다. 목표를 모두가 변하게 만들겠다는 것보다는 그냥, 나 혼자라도 버티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할 듯하긴 합니다. 정보를 쌓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야 뭔가를 바꾸려고 할 때 힘이 되어 줍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서로 계속 손잡아 나가는 것이고, 창의적으로 서로에게 알리는 일을 찾아 해나가는 것이죠.


� 한강에 어떤 새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도심에 어떤 생물이 있는지 관심이 없거나 그런 정보들로부터 차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의 생태 감수성을 일깨우기 위해 어떤 노력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관심을 누가 없애고 누가 그런 정보 전달을 차단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강연과 수많은 활동 중에서 만나는 일반인들은 경제개발에만 관심 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정보를 주어도 의미 없죠. 새를 무서워하는, 뱀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죠. 하다못해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볼 때는 차단하거나, 주지 않았다는 것보다는 그냥 다른 것뿐입니다. 다만 교육과정에서 생태 감수성 교육이 충분했느냐의 여부는 좀 다르겠죠. 생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의 접촉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정규 교과과정에 환경의 향기를 풍겨야 하겠죠.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는 김영준 실장
그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민들과 함께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 그룹 : 생조류 유리창 충돌

네이처링 :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우리나라 야생조류의 유리벽을 포함한 희생에 관련된 정보를 모으는 미션입니다. 미국에서만 연간 3억5천에서 9억9천마리가, 캐나다에서는 2천 5백만 마리가 연간 희생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밀집도와 이에 따른 건물 유리벽의 증가, 투명방음벽의 증가는 야생조류 개체군 몰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합니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야생조류 유리벽 충돌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자 합니다.


� 일하고자 하는 열정은 있지만, 기회가 없어 이 분야를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하셨는데, 코로나 19 이후 이 분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변화가 있기는 하겠지만 겨우 8개월 지난 시점에서 만들어진 변화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요? 양적 변화는 일어나겠지만, 질적 변화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죠. 일하고자 하는 열정과 더불어 공부도 많이 필요한데,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떠난다는 것도 한몫합니다.


� 야생동물 ‘전문가’이신데, 앞으로 더 공부하고 싶으신 분야, 혹은 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앞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신 일이 있나요?

공부하고 싶은 것은 지금도 많아요. 책상에 이런저런 자료를 뽑아두지만, 시간이 없어, 몸이 지쳐 못 따라 가기도 합니다. 드럼도 배우겠다고 사 놓고 두드려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학원을 끊자니 시간 맞춰 갈 자신이 없어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엑셀도 공부하고 싶고 GIS도 더욱더 깊게 보고 싶고, 책도 더 많이 읽고 싶고... 하고 싶은 건 많습니다.


이미지 출처: 한겨레(http://www.hani.co.kr/arti/808445.html)


� 계속해서 이런 재난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생님과 같은 분들은 어떤 일을 하시고, 해나가실 수 있으신가요?

이런 재난이 또 나타나지 않길 바라지만, 인터뷰 답신이 늦어지는 와중에 우리는 또 다른 것을 경험하고 말았죠. 최장의 장마. 수해...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 위기로 바꿔 바라봐야 한다는 상황에서 솔직히 뭘 할 수 있을까요? 그냥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죠...


�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야생조류들의 생존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시며 애쓰고 계신데,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큰일,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겁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도,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일도 아니고 그냥 내가 하는 것입니다. 불을 끌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겁니다. 사람에 따라 할 수 있는 권한이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습니다. 권한이 큰 사람이 대단하고 큰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권한이 큰 것뿐입니다. 그냥 그 사람도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거면 된 것입니다. 성공하고 실패하고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나이가 먹어 그런지 이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다




마지막으로, 김영준 선생님이 등장하시는 국립생태원 영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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