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쟁 생활스포츠 파쿠르는 2018년에 크리킨디센터의 어린이 청소년 수업으로 도입되었습니다. 그 후 센터는 파쿠르 포럼, 국제파쿠르대회, 교사 연수 등 다양한 방식의 실험들을 통해 파쿠르의 대중화에 집중해왔습니다. 청소년들의 실력이 쌓여감에 따라 그간 프로그램 세분화, 심화, ‘자격’에 대한 적극적인 요청이 있어 올해는 지난 2년간 훈련해온 청소년, 청년 파쿠르 러너들을 위한 파쿠르 어댑트 A.D.A.P.T 레벨 1 (초급코치과정)과 레벨 2 자격증 코스를 기획했습니다. 그러나 2월 말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센터는 장기간 휴관에 들어갔으며 모든 프로그램이 취소되었습니다. 크리킨디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공유동 건물 1층 앞마당, 근처 북한산과 공원 등 넓은 공간에서 진행했던 파쿠르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했습니다. 힘센발-모두의 파쿠르 수업을 리드했던 최해솔(토마) 코치와 함께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개인의 공간에서 어느 정도 움직임이 보장되는 최소한의 장비를 이용한 파쿠르 비대면 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드디어 지난 7월 한 달 동안 6회차 비대면 파쿠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힘센발-모두의 파쿠르 비대면 수업은 온라인 플랫폼 줌을 이용했으며 참가자는 마이크 기능이 있는 무선 이어폰, 노트북이나 본인의 모습을 비출 수 있는 웹캠과 층간 소음 방지를 위한 요가 매트를 준비했습니다. 한 시간 반 수업은 몸 풀기, 복습, 휴식, 파쿠르 기술 배우기, 휴식 및 중간 피드백, 기술 연습, 마무리 운동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오프라인 수업에서 파쿠르 기술을 연습할 때 이용했던 파쿠르 장애물은 개인 공간에 있는 벽과 의자로 대체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테이프는 발의 포지션 표시, 공간 표시, 넓이 표시 등 다양하게 쓰이면서 완벽한 대체는 아니었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파쿠르 기술을 익히는데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6회차 수업을 통해 안전하게 랜딩하기, 네발 걷기, 공간인식과 활용, 파쿠르식 거리 재기, 시각과 질감 찾기, 볼트, 낙법, 안전하게 실패하기 또는 넘어지기, 동물 움직임을 흉내 낸 파쿠르 움직임 등 다양한 움직임과 기초 기술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파쿠르에 익숙해지면서 알아서 공간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의자와 옷걸이 등 집 안 ‘장애물’의 위치를 바꿔가며 파쿠르 기술을 익히는 데 활용했습니다.
참가자 모두 기대 이상의 몰입감과 운동량이라고 평가했지만 바로 앞에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가자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많이 흥분하거나 셀프 휴식을 취할 때도 있었으며, 강아지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인터넷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끊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토마 코치의 깊고 차분한 목소리가 한몫을 했습니다. 너무 차분한 목소리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기에 온라인 수업에 최적화된 적당한 톤으로 그 어떤 상황에도 절대 당황하지 않으며 차분하게 수업을 리드했습니다. 수업이 끝난 지금도 토마의 목소리가 맴돌 때가 있습니다.
빠르게 보다는 안전하게
안전하게 실패하는 것도 기술이다
7월 마지막 주 6회 수업은 잠시 휴관이 풀리고 센터 운영이 재개되면서 오프라인으로 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배웠던 기술을 직접 파쿠르 장애물 넘기에 적용해 봤습니다. 바로 연결이 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이론이 그려지니 실습으로 이어가는 데는 확실히 시간이 단축되었습니다.
이번 6회차 비대면 파쿠르 수업은 그동안 진행해 왔던 센터의 수많은 프로그램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파쿠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각자의 공간에서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초 수업으로 충분히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믹스 프로그램 확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프로그램을 연구하면서 느꼈던 힘센발 모두의 파쿠르 최해솔(토마) 코치의 고민과 소감을 소개합니다.
힘센발 파쿠르는 2019년부터 진행해 온 프로그램입니다. 혁신파크 공유동 앞 파쿠르 놀이터에서 1년간 수많은 수업을 해왔습니다. 올해 2월 코로나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되면서 크리킨디의 무기한 휴관으로 3월에 시작했어야 할 힘센발 파쿠르는 6월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비대면 수업으로 말이죠.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한 번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해 본 적이 없으니 외국 사례를 찾아보고, ‘힘센발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준비해야 할 장비는 무엇이 있는가?’를 고민했습니다. 화질과 깔끔한 음향을 위해 캠코더와 외장마이크 설치가 필요했고, 시범과 설명을 동시에 하기 위해 여러 대의 모니터도 필요했습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파쿠르 코치 경력 중 가장 떨리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심호흡하고 첫 힘센발 파쿠르 온라인 수업을 열었습니다.
생각보다 모두들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우려했던 참가자들과의 음향 문제와 연결 끊김은 생각보다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문제였습니다! 중간에 인터넷이 끊기기도 하고, 혁신파크 정전으로 카페를 대관하기도 했습니다. 또 참가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제가 피드백을 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항상 장애물과 함께 했었는데 장애물 없이 방바닥만 이용하려니 머리도 꽤나 아팠습니다. 여러 문제와 고민이 있었지만, 분명히 좋은 점도 발견했습니다. 서울뿐 만 아니라 제주도에 사는 참가자도 함께 파쿠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다는 생각을 가지니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부족했지만 힘센발 파쿠르에 참여해 주신 참가자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씩 코로나가 잠잠해지는가 싶을 때마다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분명 코로나 이후에도 여러 상황에 다시 적응하고 이겨내고를 반복하겠죠. 파쿠르 또한 매일 걷는 길, 항상 자리를 지키는 벤치 등을 새롭게 대하고, 도전하며 알게 되는 한계를 극복하기를 반복합니다. 힘센발 파쿠르 비대면 수업은 저에게, 우리에게 짧게나마 도전과 극복의 순환을 알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성자
떠비 ddeobi@krkd.eco
토마
크리킨디센터 파쿠르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