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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Aug 20. 2020

현실과 가상 사이, 보이지 않는 실 찾기

엔진룸 베타프로그램 비대면 실험기

'엔진룸'은 2020년 크리킨디센터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4차산업 창의융합교육 체험실입니다. 지난 7월 베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첫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대면으로 예정되었던 8월의 오픈 데이 투어와 체험 프로그램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중 "심각 단계" 격상에 따라 잠정 취소되었습니다. 곧 온라인 투어와 새로운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다시 초대를 전할 예정입니다. :)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다시 미래로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요즘 "비대면(非對面)" 프로그램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올해 초부터 학교와 각종 공공시설은 물리적으로 문을 닫고 온라인/화상/비대면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만남과 교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배움의 시공간은 온라인과 가상의 영역으로 한층 확장된 걸까요, 아니면 외부 요인에 의해 제한되어 버린 걸까요?


청소년을 위한 4차산업 창의융합교육 체험실 '엔진룸'에서는 위 물음에 대한 실험을 위해 지난 7월, 베타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첫번째 비대면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문세린 작가님과 함께하는 <오버랩 드로잉>, 이건희 디자이너님과의 <플립북 애니메이션 만들기> 이렇게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청소년분들을 만났어요.


'오버랩 드로잉 Overlap Drawing' 수업 장면 중


'플립북 애니메이션 만들기 Flipbook Animation Making' 수업 장면 중


Shantell Martin 작가의 작업 인터뷰 https://youtu.be/dRj5Xfjh7Dk

두 워크숍 모두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어 보는 창의 예술적 요소를 담고 있었는데요. 오버랩 드로잉 수업은 'Just a line'이라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어플을 활용하여 가상의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플립북 애니메이션은 학교에서 교과서 귀퉁이에 낙서를 하던 것처럼 여러 장의 종이 위에 그림을 이어그리는 방식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과거 2만 5천년 알타미르 동굴벽화에서부터 현대의 초고화질 스마트폰까지, 영상 기술의 변천사를 통해 제작 기술의 원리를 살펴보면서 고대 벽화에서 발견된 역동적인 맷돼지의 모습은 아마도 당시 기준으로는 굉장히 혁신적이고 입체적인 표현이었을 거라고 상상해보았어요.  코로나 이후 한층 일상화된 가상전시, 가상공연, 가상체험 등 다양한 단어의 조합으로 사용하게 된 '가상'이라는 개념을 각자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먼저 들여다 보았습니다. '가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단어와 이미지를 공유하는 단계에서 참여자분들은 각각 '가짜 / 신비로운 / 신나는 / 가상현실(게임) / 꿈' 등의 개념을 나누어주셨어요.


그 중 오버랩 드로잉 수업을 신청하신 한 참여자 분은 해당 어플을 설치할 수 있는 기기가 없어 모바일 어플 대신 투명한 비닐과 유리창을 활용하여 가상의 선과 공을 그려보기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집에 있던 그림 액자를 분해해서 액자의 유리 위에 자신만의 드로잉을 그리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답니다. 이런 도전과 창의적인 실험들은 진행자와 다른 참여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업에는 사용한 어플의 장단점과 새롭게 '가상'의 의미를 함께 정의해보는 활동이 진행되었어요. 3일간의 프로그램을 돌아보며 각자가 생각하는 '가상'을 한 문장으로 적어 공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이 적어준 가상의 정의는 "신비로운 아이디어", "우리가 사는 세계에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 "가짜 세상", "새로운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 "같이 그려보는 세계, 가능성" 등이 있었어요. 특히 '가상'에 대해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게임이나 오락적인 체험이 아니라 훨씬 더 풍부하게 가상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현실과 가상의 관계나 관점을 더 면밀히 살펴보아도 좋았겠지만 3일이라는 시간 안에 기술적인 형식에 치중되지 않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쌓아가는 활동에 많은 시간을 분배하여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어플을 이용해 테두리가 없는 공간에 그리거나 네모난 종이 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건 '가상'과 그를 통해 전해지느 이야기란 고정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라 시대와 기술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로부터 가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부재하는 대상을 상상하고 가정하는 활동이 가상의 시작임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어떤 공간을 가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우리가 발 붙이고 살아가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현실 없는 가상은 과연 가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가상/현실 그 경계와 연결에 대하여


비대면이지만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서, 참여자들은 우리가 함께하면서서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같이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맞아요, 만나지 않아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꼭- 그리고 곧 다시 만나고 싶어요. 조만간 마스크 없이도 활짝 웃고 안전하게 모일 수 있기를 바라며 8월의 대면 프로그램은 잠시 쉬어 갑니다.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또다른 자리를 준비하면서 초대를 전하겠습니다!




○ 엔진룸 인스타그램

instagram.com/engine_rrroom


○ 엔진룸 페이스북 그룹

facebook.com/groups/engineroom2020












작성자

파이(김주원) pi@krkd.eco

뚝딱뚝딱 엔진룸을 꾸리고 운영합니다. 안전하고 수평한 배움의 공간을 고민합니다. 기술의 발전을 넘어 살아있는 존재를 돌보고 돌아보는 미래를 꿈꿔요.


프로그램 진행

문세린 작가

도시의 문화적 환경과 조건 안에서 겪는 불안, 소외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와 문화 바깥 사이에 놓인 몸이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는지 관심을 가져왔으며 영상, 퍼포먼스,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탐구합니다.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TA(Teaching Artist, 교육예술가)로 꾸준히 활동하며 예술교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건희 디자이너

디자인 스튜디오 프래그랩 대표. 프래그랩(prag-lab.com)은 예술과 환경 테크를 융합한 교육을 기획하며 로컬 중심의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디자인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디자인과 기술을 결합한 메이커 교육을 통해 환경 오염, 플라스틱 재활용 등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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