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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디자인 Nov 23. 2018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꿈꿨던
평양의 건축

월간 <디자인> 2018년 8월호

10년 가까이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해빙기를 맞이하면서 북한의 삶과 문화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의 파주건축문화제와 10월 4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청 로비에서 열린 평양건축사진전시(큐레이터: 제프리 김)는 이런 최근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평양건축사진전시는 파주와 서울시청에서 각각 <인사이드 평양>과 <평양건축사진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영국의 건축 비평가 올리버 웨인라이트는 2015년 8일간 평양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을 엮어 북한의 건축·인테리어 사진집 <인사이드 노스 코리아Inside North Korea>를 발간했는데 두 번의 전시를 통해 그중 일부를 공개했다.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을 목표로 휴전 이후 건축가 김정희의 주도로 시행했던 평양 마스터플랜은 ‘전국을 사회주의의 놀이동산으로 만들자’라는 김정은 정권의 슬로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핏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는 이 건물들에는 이념에 대한 숭배와 도시계획의 야망이 담겨 있다. 일련의 초법적이며 과시적인 건축물들은 철저히 자본주의의 논리로 형성된 남한과는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류경호텔  3개의 수직 삼각형 건축물이 Y자를 만들며 붙어 있는 이 건물은 1980년대 후반,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을 꿈꿨던 북한의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1992년 경제 위기에 직면하며 고급 콘크리트를 충당하지 못하게 됐고 결국 30년 넘게 미완의 건축물로 남아 있다.



안상택 아파트 단지  한국전쟁 후 재건축 기간 동안 평양은 콘크리트 아파트로 채워졌고 과학자, 교수, 연구자 등이 거주하게 됐다. 북한에서는 정부가 주택을 제공하며, 대부분 거주지는 직업에 따라 분류된다. 원칙적으로는 부동산 거래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나 최근 들어 개인 간의 뒷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안상택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두 차례 지낸 북한 공산당의 주요 인물이다.



릉라도 5월 1일 경기장  지난 9월 19일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로 널리 알려진 이 경기장은 1989년 소련의 건축 기술을 접목해 지은 것으로 11만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관중석 대부분을 가리도록 설계한 지붕은 길이가 무려 100m에 이른다.



릉라도 5월 1일 경기장 내 선수 대기실  올리버 웨인라이트가 텀블러에 처음으로 자신의 사진을 공개했을 때 가장 많이 회자된 사진. 자로 잰 듯한 반듯함과 파스텔 톤의 색감이 인상적이다. 경기장은 2015년에 레노베이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광역  세계에서 가장 깊은 지하철역으로 알려진 영광역은 깊이가 150m 이상으로 추정된다. 화려한 천장의 샹들리에와 석조 기둥 등은 신고전주의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유명 건축가 알렉세이 두시킨Alexei Dushkin이 설계한 모스크바 지하철역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주의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



양각도국제호텔의 대리석 계단  1992년 프랑스의 한 건축 회사가 지은 이 호텔은 총 47층 규모로 1000개가 넘는 객실을 갖추고 있다. 나선형의 이 계단은 호텔 로비에 있다. 호텔 지하에는 고대 이집트를 테마로 한 나이트클럽이 있다고 한다.



광복거리아파트  88 서울올림픽에 자극받은 북한은 이듬해 제13회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유치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한 이 행사를 치르기 위해 북한은 총 4km에 이르는 광복거리에 260개의 아파트 단지를 건설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유연한 건축 설계를 선호해 원통형, 다각형, 풍차 형태 등 다양한 외관의 아파트를 짓도록 했다. 참고로 김정일은 직접 <건축예술론>을 저술할 정도로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민대학습당의 김일성 조각상  1982년 김일성 탄생 70주년을 맞이해 세운 인민대학습당은 공훈 설계가 함의연이 디자인한 것이다. 대리석 인테리어와 높은 층고, 거대한 조각상을 통해 정치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창광원. 북한식 워터파크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목욕탕과 찜질방, 풀장 등이 갖춰져 있다. 불투명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는 다이빙 보드에서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동평양대극장.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지은 극장으로 2007년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쳤다. 공연장 내부는 겹쳐진 부채꼴 모양의 벽면과 자주색 소파, 파란색 비닐 바닥이 조화를 이룬다.



사진: 올리버 웨인라이트 / 편집: 최명환 기자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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