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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성 Apr 11. 2020

코로나 뉴노멀로 배운 생활밀착형 일잘법

일하는 엄마가 코로나 시대에서 버티는 방법을 배우다


코로나 시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을 잃고 그 소중함을 깨달으며 또 하나 얻은 게 있다. 그토록 갈구하던 생활밀착형 일잘법 몇 가지.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일을 지속하며 내게 필요했던 건 '생활밀착형' 일잘법이었다. 야근하고 주말 근무하며 나를 갈아 넣는, 일이 곧 나인 일잘러 서사는 애둘 직장맘에겐 불가능했다.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해야 하니(등원은 남편 담당) 아침 6시 반 집을 나서 풀타임 근무를 하고 오후 4시 반 칼같이 뛰쳐나가야 하는데(그래도 꼴찌) 야근이 웬 말. 야근 대신 종종 '조근'을 한다.


아이가 없을 땐 밤샘 근무, 주말 근무도 불사하고 일했다. 차고 넘치는 게 시간이오, 넘치는 게 체력이었지만 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시간은 나만의 것이 아니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생활이 엉켜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아이들이 없는 것처럼 일하지 않으면서도 내 일을 충실하게 해 나갈 수 있는 방법. 생활밀착형 일잘법 서사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여러 형태의 뉴노멀 업무 방식을 경험하면서 몇 가지 가능성을 발견했다.


디지털 노마드, 가능하겠는데


코로나 뉴노멀 업무방식의 가장 큰 수확은 내 일이 원격근무 가능하다는 것, 원격근무로도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걸 확인 했다는 거다.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동남아 비치 카페에 앉아 일하는 낭만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아이들을 조금 더 지근거리에서 돌보며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실시되면서 갑자기 기회가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긴급 돌봄 보내며 재택근무를 했는데 출퇴근 이동 시간이 줄어들고 긴급한 상황에도 바로 대처 가능해 아이들 돌봄이 여유로워져 좋았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 일에도 집중이 더 잘 됐다.


아무 때나 오가다 휘발되는 구두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전달되는 정리된, 기록에 남는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대면 회의도 온라인 화상 회의 툴로 대체 가능했다. 전혀 어려움이 없었고 툴의 기능 때문에 발언자의 의견에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 경험 후 지금은 다시 사무실 출근을 하고 있는데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더 많이 보인다. 노마드, 기껏해야 집 주변 카페를 전전하겠지만 유연한 원격근무는 돌봄 이슈가 있는 부모들의 일과 돌봄 양립, 워라밸 균형 잡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  하나였다.


맞벌이 애둘 부모의 협업 방법


맞벌이 직장인인 우리 부부는 우리가 얼마나 유연하게 근무 가능한지 끝장을 봤다.


아이들이 집에 있거나 긴급 돌봄 등원을 해도 평소보다 일찍 하원 했기 때문에 단축근무 혹은 교대근무가 불가피했다. 다행히 남편과 내가 다니는 회사는 비교적 유연하게 업무 시간 조율이 가능했다.


남편 - 재택근무(원격근무), 주 35시간 완전 자율근무, 연차&가족돌봄휴가 사용 가능

나 - 재택근무(원격근무), 최소 2시간 단위 휴가 쪼개기 사용, 업무시간 조율 가능, 가족돌봄휴가 사용 가능


모든 유연근무 방법을 총동원해 난 오전 7시부터 오후 2-4시까지 일했고 남편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6-8시까지 일했다. 돌아가며 틈틈이 휴가도 썼다.


업무공백과 돌봄 공백 사이에서 최대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며 타임테이블을 만들었다. 교대 근무 형식으로 서로의 기회를 존중하며 논의하다 보니 팀워크, 파트너십이 더욱 단단해졌다.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며 일하려면 두 사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코로나19, '꾸밈과 일잘은 무관' 증명


일을 잘하는데 꾸밈 노동은 아무 쓸모없다는 것, 코로나19 시대가 남긴 중요한 교훈 중 하나.


평소 꾸밈에 별로 취미가 없는 난 사회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최소한의 차림과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안 그래도 없는 시간이라 꾸밈 노동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만. 그 마저도 귀찮을 때가 많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로 꾸밈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옷 골라 입고 팩트 두드릴 시간에 더 자거나 더 일할 수 있었다. 빨래도 줄었고 옷 걱정도 안 해도 돼(원래 잘 안 하지만) 소모적인 시간도 줄었다.


잠옷 차림은 양심상, 예의상 좀 그러니까 집에서 편하게 입는 트레이닝 바지와 티셔츠를 주로 입고 일했는데 짱편. 화상 회의할 땐 그래도 목이 덜 늘어난 티셔츠를 찾아 입었다. 발에 열이 많아 맨발로 일 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깨알 장점). 몸이 편하니 일도 잘 됐다.


다시 출근하면서 매일 마스크를 쓰다 보니 이 또한 좋더라. 재택만 하다 오랜만에 출근하면서 화장을 하고 마스크를 썼더니 마스크에 화장품이 잔뜩 묻어 재활용이 어려웠다. 귀한 마스크를 하루에 한 장 쓰고 버리는 게 아까웠다.


마스크를 절약하기 위해 민낯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종종 귀찮아 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마다 '어디 아프냐'는 소릴 듣곤 했는데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 얼평도 줄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기도 하고 화장을 안 해도 일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으니 내가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아무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실제로 립스틱 매출이 급감 기사에는 화장 안 하니 세상 편하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꾸밈은 일잘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이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확신은 점점 줄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기에 작은 희망과 가능성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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