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해피엔딩
작년에 나는 송호 작가님과 트라이보울 마켓을 기획하는 일을 했었다. 이 과정에서 짧은 시간 안에 셀러들을 모집해야 하는 위기(?)의 업무를 해야만 했다. 주변에서 작업하는 친구들과 인천에서 활동하는 브랜드와 작가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친구가 지켜보고 있던 작가라며 한 작가님을 추천했다. 바로 지역을 아카이빙 하는 곽은비 작가님이다.
작가님은 아쉽게도 일정이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 그 후로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며 작가님의 여정을 보았다.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 가는 동네를 탐구하는 모습이 꽤나 흥미로웠다. 마침 작가님이 작업실 근처에 취재할 일이 있다고 하셔서, 무더운 여름날 첫 만남을 가졌다. 커다란 가방에 알록달록한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내가 30년 넘게 살고 있는 주안 바로 옆, 학익동이 작가님의 동네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서로 알고 있는 정보나 겹치는 추억들이 많았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재개발로 인해 우리의 어릴 적 추억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는 아니지만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주안 4동에 약 1년 동안 산 적이 있는데, 그 구역이 재개발에 들어간다. 벌써부터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있고 이제는 출입까지 막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탐방을 하지 못할 거 같아서, 은비작가님과 시간을 잡고 함께 탐구하기로 했다.
사라지고 오래된 것과 이 지역에 대한 대단한 정보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기억도 안 날 것들을 기록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3월 2일 오전 10시, 다른 날과 다르게 버스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갔다. 평소 가던 길과 달라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데, 중학교 때 걸어가던 길이 보였다. 그 동네도 이미 소규모 재개발이 시작되고 있었다. 불현듯 정말 이대로라면 우리가 기억하던 추억이 다 사라지겠구나 싶었다.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잠깐씩 지나갔던 골목도 다시 찾아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오래된 우리 아파트가 있는 동네를 제외하고 빙 둘러봤을 때 약 4-5개의 신축 아파트가 생겼다. 참 이상한 풍경처럼 보였다. 분명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도 들지만 뭔가 정이 가질 않는다. 어릴 때 문어발튀김과 계란초(주안남초등학교 앞에서만 팔던 분식)를 팔던 또와분식, 맛나분식과 같은 분식집들을 다 어디로 떠났을까? 문구점이 2-3개로 이루던 시절은 다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