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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글 Feb 04. 2024

반품이 들어왔습니다

결국은 해피엔딩

일요일의 마무리로 실장님과 마신 술

토요일 디자인 아르바이트로 11시 출근을 하고, 진상을 맞이하고, 약간의 농땡이를 부리던 오후 3시쯤. 반품 알람이 도착했다. 몇 개 팔리지도 않는데 반품이라니! 어쩔 수 없지 그럼 단순변심일 가능성이 크니까 왕복배송비 안내를 해야 하고... 머리가 아프겠지만 해야지! 하고 관리자페이지에 로그인을 했다.


나의 주력상품은 휴대폰 케이스이다. 반품요청 버튼을 눌러 확인했더니, 상품이 잘못 왔다고 한다. 공장에서 잘 못 보낸 건가? 아님 내가 파일을 잘못 보냈나? 나와 거래하는 케이스 공장은 바로 제품을 제작해 당일날 발송하는 시스템으로 내가 파일을 넘겨주면 배송까지 처리해 주는 편리한 시스템이다. 나처럼 1인이 운영하는 브랜드에서 아주 편안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오배송이 있을 시 그 책임도 나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워낙 장사가 잘 되지도 않았고 그럴 일도 없었다. 슬슬 이제 사이트를 재정비하고 상품도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판매가 되기 시작한 건데... 결론은 공장에서 잘못 배송된 것! 단 한건이지만 참 마음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사무실에서 재고를 모두 떠안고 제작하기에는 공간도 부족하고 금전적으로 힘이 든다. 어쩌면 별거 아닌 일이 나의 하루 기분을 망칠 것만 같았다. 속사포 같은 안내로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말했지. 선물을 하기로 한 건데 기한이 지나 교환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면서 그래 그럴 수 있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렇게 되뇌었다.


많은 기종의 휴대폰케이스를 취급하는 만큼 변수가 많다. 그만큼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을 잠시 망각했다. 기종을 좀 더 줄여서 리스크를 없애야 할까? 아님 지금처럼 다양한 기종을 품고 구매자의 폭을 넓혀야 할까? 지금 그런 거 따질 땐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 가끔 이런 작은 이슈들이 나를 기운 빠지게 한다. 이 나약한 유리멘탈 같으니라고... 가만히 예술 영화를 보고, 마음이 충만해져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 보내고 싶다. 어제는 적어도 약간은 그런 시간을 보냈다. 원래는 오늘 주제를 반고흐 영화를 본 나의 소감을 쓰고 싶었는데, 유리멘탈은 반품 하나에 넋이 나가 주제를 변경했다. 그에 걸맞은 제목을 짓고 조금 뿌듯했다. 아 다시 마음을 다잡자. 조금은 나를 인정해 주던 1-2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내일도 초심으로 돌아간다. 이 일을 꽤 오래 했지만 여전히 나에게 반품과 취소는 버겁다. 좀 더 단단해 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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