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for itaewon
홍대에서 시작해 압구정으로 끝나는 나의 십년간의 클러빙 대서사시에서 이태원은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더럽게 차가 안잡혀서 모르는 사람들과 카풀을 해야했고, 아침까지 버티다가 첫차를 타야하기도 했다. 춤추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술을 주문하는 것이 노동처럼 느껴져 데킬라나 마티니를 시켜 단숨에 들이키고 취하곤 했다. 테이블 위에서 춤추다가 쫓겨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태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강남은 어셔나 크리스브라운 같은 한물간 팝송을 틀고 자빠졌는데 이태원은 항상 좋은 노래들로 가득했으니까.
스테이지 없는 허름한 지하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노래가 좋아 일어나 춤을 춰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이가 하나 없었으니까. 오히려 옆테이블도 옆옆 테이블도 함께 일어나 춤을 춰댔고 바텐더는 술을 더 부어주고는 했으니까.
이상한 분장을 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빙글빙글 춤을 추어도 아무렴 괜찮은 할로윈 데이의 이태원. 놀지말라고 튀지말라고 나대지말라고 교육 받은 우리가, 노는 것에도 확실한 명분이 필요한 우리가 스무해 동안 짓눌려진 욕구를 해방할 수 있는 시공간.
그러니까 그딴데를 왜 쳐가고 난리냐고. 미국인도 아니면서 할로윈을 왜 챙기고 지랄이냐고 묻는 사람들의 의문에 조금이나마 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허무하게 떠나버린 청춘들이 넓디 넓은 하늘에서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