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좀비가 되어가는 과정
내가 대인을 기피하고, 말하기를 꺼려하며, 누군가의 비판이나 쓴소리를 극도로 경계하는 사람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항상 깨어있고 싶고, 말로는 깨어있으려 한다고 얘기하나. 사실은 지금은 그냥 육체만 살아있는 좀비같다. 라고 스스로를 생각한다.
이젠 사람들을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하기 어렵다. 말 한 마디 꺼내기 어렵다. 예전엔 목적이라도 있었겠지만, 이젠 그것도 없고, 편한 친구 사이에서도 부끄러운 내 현 상황을 꺼내야할까, 너는 어떻게 지내라고 말도 못한다.
어떻게 하면 이 좀비병을 탈출할 수 있을까? 일단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자신감은 길러놔야한다. 누군가로부터 도움 받기 힘들면, 가장 쉬운 것부터 해야한다.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기, 청소하기, 잠자리 정리하기, 용모를 단정히하기, 인사잘하기, 자존심 내려놓기, 내가 겸손하지 못했고, 쉽게 보상을 얻어서 멋있는 척하려고 했다는걸 인정하기. 잘못하면 바로바로 사과하기. 잘못한 점 고치려고 죽을 듯이 노력하기. 할 일 생긴거 미루지 않기.
이 정도 해놓으면 대충 자신감은 길러질 것 같다. 그 다음은 방향성과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게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가장 오래 좋아했던건 생명과학 연구,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고,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사업이었다. 자신감을 잃은 상태에서 시작해서든 내 능력이 부족해서였든 하고 싶던 사업을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기도 했다. 난 일머리도 없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궁금해하고 파고드는 능력만 탁월한 뿐이다. 지금 내가 당장 잘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음을 인정하고,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내가 뛰어난 연구자가 되면 행복할까? 연구 열심히 하다가 기업에 들어가서 연구원으로 계속 일하면 사회적인 위치도 어느 정도 괜찮을 것 같고 밥벌이도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사업가가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매번 새로운 것들을 고민하고 그것들을 의논하며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실력이 없는 상태에서 욕심내서 의논만 하려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을 아닐까? 이렇게 계속 뭔가를 끄적이면서 고민하다보면, 내가 정말 에너지를 쏟아붓고 싶은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영서 말대로 이제는 정말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몰입해야한다. 그냥 되는대로 해서는 안된다.
내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기르는게 중요할까?
내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기르는게 중요할까?
왜 연구를 하다가 사업을 할 생각은 못하는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큰돈을 빨리 벌고 싶은 욕심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항상 욕심만 크고, 제대로 하고 싶은 것은 고민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꿈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불과 2년전, 사업으로 돈을 벌어 생활을 안정화 한 다음에, 힐링 요가원을 운영해서 심리적으로 연약한 사람들을 단단하게 만드는 내 업을 이루는 것이 꿈이였다.
지금은 그냥 내가 먹고는 살 수 있을지가 사실 걱정이다. 매번 하는 일마다 미뤄내고, 어려움은 회피하며, 쓴소리는 온몸에 가시가 돋듯 싫어하며, 그냥 일시적으로 느껴지는 위로감과 안도감에 자위나하며, 그런 태도로 몇년을 살아온 내가.
다시 돌아와서, 잔머리쓰고 욕심버리고 너가 하고 싶은게 뭔지 다시 좀 고민해보자. 니 업이 요가 치료사가 되는거라면, 당장 취업해서 여가 시간을 모두 요가하는데 올인하면 된다. 근데 너가 요가와 더불어서, 뭔가 인간의 정신과 관련된 생리학 및 생물학적 현상을 연구하고 싶다면 대학원에 가면 되고. 여러가지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모든 것을 가지려 하다보니 방황하게 되었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한다.
물질주의와 돈을 버는 것자체가 목적이 되는 인생을 최악이다. 내가 원했던 사회의 모습과, 내가 원했던 부모의 모습으로 나아가야하는데 왜 역설적으로 내가 지적했던 사회의 모습에 다시금 동화되고 있는지...
악의 평범성이란 말이 생각난다. 사실 어떤 인간도 정말 99.9%는 누군가를 해하고 싶어서 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악을 다스리지 못해 누군가를 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