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eree Baik 애리백 Oct 11. 2020

우아한 여인을 소개합니다

[작성자 E]

E가 다음 책을 골라왔다. 느슨한 북클럽을 함께하는 내게 그가 보내온 제안서다.




2009년 8월 3판 4쇄 발행, 그리고 책 구입 시 찍힌 도장의 날짜는 8월 20일.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2010년 8월에 구입했다. 서점에서 이 책을 손에 들고 읽어 내려가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던 기억은 분명하나, 왜 이 책을 샀는지는 10년이 지난 지금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나는 매우 우아한 한 중년의 여인과 무척이나 예리한 한 소녀를 만났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지만 그녀들 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가 젊은 20대 시절 사랑했던 도시 ‘파리’, 프랑스는 나의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파리에서는 인턴십을 하면서 지낸 5개월을 비롯 20대 동안 십여 차례 방문했던 도시고, 늘 설레고, 늘 새로운 볼거리가 가득하지만, 그래도 늘 같은 위안을 얻고, 길 잃을 걱정 없이 몇 시간이고 이리저리 거닐 수 있는 한결같은 도시이다. 그 도시 어느 한 동네에 르네와 팔로마가 산다. 이미 그래서 나는 그녀들에게 어떤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오직 그녀들의 머릿속을 펼쳐 보인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르네와 팔로마 머릿속에 지나가는 사소한 것들까지 우리는 다 읽는다. 그래서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한결 더 그녀들과 가까워진다. 작가의 펜에 의해 그녀들의 은밀한 속 마음을 다 까발려졌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녀들도 때론 모순적인 행동을 하고, 비겁하기도 하고, 남에게 들키기 싫은 비밀도 있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품위를 잃을 걱정이 없다. 재기 발랄한 비판과, 신랄한 사색, 그리고 멋들어진 몽상을 그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북클럽 세 번째 책으로 제안하면서, 이번엔 시작했다 마무리 짓지 못한 불어 원문으로의 독서를 성공하고 싶다. 함께 읽게 될 A 또한 원문과 대조하며 읽게 되는 기회를 매우 반길 것이 분명하다.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저 / 김관오 역
아르테 출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