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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um Dec 21. 2023

Minimum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글쓰기는 넘어졌던 저를 일으켜 세워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풀썩 주저앉히기도 했습니다. 2018년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의 흥분과 가슴 두근거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보잘것없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시고 조금씩 구독자수가 늘어나고 다음과 브런치 홈 등에 글이 노출되어 생각지도 못했던 조회수를 확인하며 말할 수 없는 보람과 희열도 느꼈습니다. 브런치 무비패스 덕분에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의 언론 시사회에 초청을 받을 때면 정말 프로페셔널 작가가 된 것 같은 으쓱함도 은근히 즐겼고, 아름다운 노들섬의 노들서가 일상작가로 선정되어 아늑하고 포근한 집필실에서 글을 썼던 경험도 너무나 소중한 추억입니다.


노들서가 일상작가 집필실에서&다음 홈페이지 노출된 영화 리뷰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초심을 잃어버린 채 깊은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책과 영화를 사랑하는 평범한 경단녀 주부였던 저는 특별한 전문 분야에 대한 경험도 지식도 부족했고, 훌륭하신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보며 자신감이 바닥을 친 적도 적지 않았지요. 저의 글쓰기 앞날이 뿌옇게만 느껴졌습니다. 글쓰기를 취미 생활로만 즐기기에는 저는 욕심도 너무 많고 글쓰기를 너무나 사랑했나 봅니다.

 그렇게 인생의 전환점이자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글쓰기를 잠시 내려놓고, 1년 전부터 당장의 경제적 수입을 가져다 줄지도 모를 자격증 관련 학위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한 학기 공부를 마치고 혼자서 부산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트리플 A형인 제가 난생처음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사소한 것부터 진지한 것까지 여러 가지였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내 인생에서 글쓰기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서 였던 것 같습니다.


해운대를 바라보며 글쓰기 중


 혼자서 동백섬 해안산책로를 걷는데 벅찬 기쁨과 함께 이유 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해운대가 눈앞에 펼쳐진 그랜드조선호텔 2층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며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떼어 놓으려고 애썼던 글쓰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당시 매일 운동 2가지와 학위 공부, 집안 살림까지 하느라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할 여유시간이 없어졌습니다. 그 소중한 여가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 글쓰기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여행을 가서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맛집이나 멋진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와 독서였습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는 아마도 소설과 같이 깊이 있는 대단한 글을 쓰고 싶다는 얼토당토 않은 담대한 꿈을 꾸었을지도 모릅니다. 몇몇 천재들에게 주어지는 예술가의 재능이 저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대단하고 심오한 글을 쓰는 재주는 없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보통의 삶을 끄적거릴 필력은 없지 않기에 오늘도 이렇게 고마운 플랫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나 봅니다.

 40대 후반에 도전해 본 다이어트에 대한 글 연재를 시작하며 저의 허영심이 다시 한번 저를 말렸습니다. 글쟁이로서 유튜브가 평정해 버린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안타까워해 놓고서는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가볍고 자극적인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가. 하지만, 그런 우려보다는 우여곡절 많았던 저의 경험과 소회를 독자분들과 꼭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했습니다. 저의 경험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부산 여행에서 다짐했던 것처럼 '대단하지 않고 소박하더라도 진실되고 좋은 글을 쓰자'는 저의 신조에 부합했기 때문입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과 여러분들이 보내주시는 '좋아요'와 소중한 댓글이 없었다면 저의 글들을 여전히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었겠지요. 오랜만에 터진 놀라운 조회수(서버가 터지겠다고 딸아이가 놀리더군요;;)에 기뻐할 겨를도 없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모두 보잘것없는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오정세 배우가 수상소감에서 말했던 동백이가 저에게 찾아와 준 느낌입니다. 헤밍웨이, 하루키, 김연수 작가처럼 더욱더 열심히 운동하고 더욱더 열심히 읽고 보고 생각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한 작가가 되겠습니다.. 소박할지언정 진실한 의미를 실은 Minimum만의 글을 하루하루 성실하게 쓰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현재 연재 중인 <47세 민이맘의 쏘울 다이어트>는 매거진에서 요일별 연재 브런치북으로 옮겨서 첫회부터 다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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