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1,2차 접종을 합하여 1500만 명을 넘어 인구의 약 30%가 접종을 마쳤다고 한다. 특정 백신에 대한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접종 예약률 또한 높고 잔여백신 접종을 예약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국민의 참여로 이뤄낸 K-방역이 백신 접종에 있어서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급기야 정부는 7월부터는 수도권에서도 6인 이상 모임이 허용되고 카페나 술집 등의 영업을 밤 12시까지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거리두기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토록 기다려온 일상 회복이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이 상황이 기쁘기만해야하는데 기쁨과 함께 느껴지는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지난 4월, 약속을 잡았다 취소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느라 미루고 미뤄왔던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을 1년여 만에 가졌다. 10시면 헤어져야 하기에 술도 안마실 듯하여 약속 장소가 강남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갖고 나갔다. 오랜만에 신나게 웃고 떠들다 10시 종이 울리자 집에 돌아갈 호박마차가 곧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급하게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는 밤 10시의 올림픽대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평소 이 시간 즈음의 내 GPS는 집 아니면 산책하느라 기껏해야 동네 근방을 서성이는 게 전부였는데 이 시국에도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몰려나와 삼삼사사(?) 모여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던 걸까. 차를 갖고 나가지 않았던 다른 어느 저녁, 약속장소는 비교적 집과 가까운 여의도였건만 10시에 택시를 잡지 못해 30분을 거리에서 헤매었다. 코로나시대의 밤 10시, 서울의 진풍경이다. 한번 모이고 어울리면 부어라 마셔라 3차까지 끝장을 보느라 새벽까지 달리던 우리들의 모습은 이미 아득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규제와 제도의 범위 안에서 절제를 통해 적응하며 나름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생활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우리나라의 안정된 상황에 감사한 마음 또한 크다.
누구나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고 두려움 없이 여럿이 어울리며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마음껏 다른 나라로 여행도 다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 시대가 가져다준 뉴 노멀이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남을 만나지 못하게 되자 만나게 된 나를 만나게 된 사람들… 자신과의 시간에 빠져버린 사람들이 그 중 한 부류일 것이다. 형식적인 대면과 모임에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살았는지 우리는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대규모 인원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 회식, 집안의 대소사 등이 줄어들거나 취소되고 재택근무, 화상 모임이 늘어 내심 흐뭇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거나 밖에서 보내는 시간에 할 일이 없어진 우리는 새로운 생활에 빠져들었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혼술을 하고 누군가를 글쓰기를 시작했다. 또한, 마스크와 길어진 집콕 생활 덕분에 외모와 옷차림에도 덜 신경을 쓰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이제 곧 마스크를 벗을테니 그날이 오기 전에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아야겠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처럼 하곤 한다. 지난날 우리는 얼마나 외모와 겉치레에 얽매여 살았던 걸까. 또한,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마다 혹사당하던 이 땅의 며느리들은 1년여 동안이나마 명절 노동과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코로나 종식이 두렵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전대미문 거대한 재앙과 비극 속에 이런 생각이 맴돈다는 건 그야말로 만인에게 지탄 받을 소시오패스나 할 만한 허튼 생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코로나시대를 보낸 우리는 코로나 종식 이후의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서 빨리 고대하고 고대하던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날이 오기를 손 모아 기다린다. 하지만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집단주의, 형식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보여주기식 문화, 저녁이 없는 삶, 외모지상주의, 비위생적인 생활 습관 등... 코로나시대가 우리의 지난날의 잘못된 관습에 던져준 질문과 그에 대한 반성은 기필코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는 반드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