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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민 Nov 03. 2023

아침부터 미드 시청

프리랜서 콘텐츠 번역가의 모닝 루틴

아침 8시, 알람 소리에 기상한다. 

누가 뭐라 안 해도 스스로 알아서 잘 일어나고 자기 관리 철저하게 잘하는, 나는야 전문직 프리랜서!

라고 쓰고 싶지만.

때론 알람을 끄고 10분, 20분, 아니 30분까지 늦잠을 자기도 한다.

10분만 더, 딱 10분만,을 몇 번 하다 보면 자칫 9시에 일어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_-

다행히(?) 9시가 넘으면 엄마가 문을 벌컥 열고 쳐들어온다.


사실, 엄청나게 바쁜 게 아니라면 이러나저러나 크게 상관없다. 

일찍 일어나면 일찍 퇴근하면 되고, 늦게 일어나면 늦게 퇴근하면 되니까.

내가 나의 사장이니, 내 마음대로, 그날의 컨디션과 업무량에 따라 그때그때 유연하게 생활해도 된다.

대개 일이 많을 때는 좀 더 일찍 일어나고(흔치 않지만, 오전 마감이 있을 때는 6시에도 벌떡 일어난다), 적을 때는 여유도 좀 부려본다. 

하지만 건강하고 규칙적인 프리랜서 생활을 위해, 웬만해서는 8시 기상을 지키려고 오늘도, 내일도 노력한다.


기상에 성공했다면, 이제 부엌으로 나가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말이 거창해서 아침 식사지, 간단하게 갓 구운 토스트에 크리미 피넛버터를 발라 먹는다.

각종 비타민을 챙겨 먹은 후 (특히 눈에 좋은 루테인!), 씻고 출근할 채비를 한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노멀하다. 일반 직장인의 출근 준비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중요하다.

책상으로 몸을 이끌고 가서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OTT서비스에 접속해 미드를 본다.


엥? 눈을 의심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웬 미드? 퇴근 후 저녁에 보는 게 아니고?

이건 영어 공부를 가장한 오락이 아닐까 의심스럽겠지만, 나는 진지하다.

‘노는 거’ 아니고, 순전히 ‘학습을 위해’ 본다.


보통 (카페로의) 출근을 준비하며 외출복을 입거나 화장을 하면서 한 귀로 듣는 편인데

이건 좀 집중해서 봐야겠다, 싶을 땐 멀티태스킹하지 않고 오롯이 책상에 앉아 화면을 보며 시청한다.


문화예술 콘텐츠 번역의 핵심은 맛깔스러운 구어체 표현이다. 

특히 인물의 대화체를 영어로 옮길 때, 실생활에서 쓰는 생생한 구어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에 살면서 영어로 대화할 일이 많이 없으니,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한영 번역가 입장에서 아무래도 좀 불리한 것 같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구어체 영어를 손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다 있다.

바로 미드나 영상 콘텐츠 (영화, 만화, 유튜브 등) 시청이다.


이러한 외국 문화가 녹아있고 실생활 영어로 가득 찬 콘텐츠에 상시 노출되어 자연스레 영어 표현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물론, 구어체나 실생활 영어 표현들은 하루아침에 터득할 수는 없지만, 특정 표현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이 좋다.


나는 미드를 보다가 은연중에 들은 인물들 간의 대화 속 표현을 번역에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다.

우연도 어떻게 이런 우연이~! 내가 필요한 번역에 딱 들어맞는 표현을 만났을 때의 희열이란!


영어 회화 교재로 많이 거론되는 "Desperate Housewives", "Friends"나 내가 좋아하는 "How I Met Your Mother", "Big Bang Theory" 등은 가볍게 볼 수 있어 추천한다.

개인 취향에 따라, 관심 있거나 필요한 장르에 따라 그 어떤 미드(영드, 영상 콘텐츠)도 좋다.

모든 콘텐츠가 번역의 교재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콘텐츠를 번역의 교재로 십분 활용할 수 있을까? 

다음은 내가  추천하는 미드(또는 기타 영상 콘텐츠) 시청법이다.


1. 번역물에 맞는 테마나 장르에 맞춰 콘텐츠를 선별한다.

물론, 모든 장르의 콘텐츠가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당장 번역해야 하는 작품이 있다면, 노력과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비슷한 테마나 장르의 콘텐츠를 골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나는 언젠가 연애 소설을 영어로 번역할 때, 연애를 다루는 콘텐츠를 찾다가 영화 "(500) Days of Summer"(<500일의 써머>)를 봤다.


2. 영어 자막을 켜고 본다.

귀로만 들어도 좋지만, 생소한 표현의 스펠링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막을 켜고 본다.

귀로도 듣고 눈으로도 보면 좀 더 머리에 확실하게 각인된다.


3. 좋은 표현들을 메모장에 적는다.

좋은 표현들이 나올 때마다 화면을 멈추고 그때그때 메모장에 받아 적는다. 이때 문장 단위로 받아 적는다.

여유가 된다면 엑셀 파일로 번역 표현집을 따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필요한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절대 '아침부터 미드시청'을 우습게 알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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