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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민 Nov 06. 2023

SNS 셀럽은 아니지만

인터뷰집에 실렸습니다.

한때는 SNS가 시간 낭비, 인생 낭비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언젠가 어느 유튜브를 보다가 '이제는 가짜가 진짜를 넘어섰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들었다.

한마디로 온라인 상이나 겉으로 그럴싸해 보이는 사람이 진짜 실력자를 이기고 활개 치는 상황이 되었다고...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나, 포장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꾸준히 내가 한 일, 번역하면서 힘들었던 일, 자질구레한 느낌까지 모두 일기처럼 SNS에 기록했다.

주로 영어 #번역가 #번역 #영상번역 #문학번역 #웹툰번역 #문화예술 #통번역사 등의 검색어를 일관되게 많이 사용했다.

그랬더니 웬걸, 정말로 내게도 SNS를 통한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아는 통역사 지인이 한때 <올어바웃 통번역사>라는 통·번역사 인터뷰집에 참여한 SNS 포스팅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책을 제작한 작가가 같은 컨셉의 두 번째 인터뷰집(<올 어바웃 통번역사 2 | 척하지 말고 살아갈 궁리>)을 만든다며 내게 연락을 취해왔다.

아마 지인의 팔로워를 타고 들어왔거나, 검색어로 나를 찾은 것 같았는데.

유명 셀럽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나가는 통번역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취지라며, 내 SNS를 봤을 때 통역과 번역을 균형 있게 골고루 해서 이번 책의 인터뷰이 적임자로 보였다고.

그렇게 해서 첫 미팅을 하고, 계약을 하고, 오프라인 인터뷰에 응하고, transcribe한 내용을 확인하고 수차례 편집한 후, 마침내 텀블벅 모금과 작가(인터뷰어)의 추가 사비를 통해 나의 첫 인터뷰집이 탄생하게 되었다.

판매량은 모르겠고, 오히려 내가 종종 교보문고에서 구매하곤 한다.

내 커리어를 정리한 그 책이 이력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덕분에, 종종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내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SNS를 통한 새로운 기회는 그게 다가 아니다.

한 대기업 콘텐츠 제작 PD로부터 웹툰 번역 수업을 요청을 받아 온·오프라인으로 수차례 클래스를 진행해 드렸다.


그 외에도, 작업료와 일정이 안 맞아 불발되긴 했지만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라든지 단편영화 제작자로부터 번역 의뢰요청을 받았다.

단순히 개인이 아닌, 이런 큰 기업들조차 SNS를 통해 나를 컨택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한 온라인 매체에서는 내게 (통번역) N잡러 인터뷰를 제안하기도 했고, 물론 나는 그에 응했다. 그렇게 인터넷상에 나의 이력을 하나둘씩 뿌려놓고 있다. 


물론, SNS로 인한 폐해도 있었다.

원래 나와 잘 지내던 지인이 있었는데, 배울 점이 많아 내가 무척 소중하게 여기던 인연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잔뜩 성이나 누군가를 공격하는 글을 공공연히 본인의 SNS에 올렸고, 설마 그게 나일까, 의심을 하긴 했지만, 아니겠지, 내가 요즘 좀 예민해진 거겠지, 하며 찝찝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지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그 친구로부터 SNS 차단을 당해버린 걸 알게 되었고, 용기를 내 직접 연락해 물어봤더니 역시나 그 포스팅의 타깃은 나였음이 밝혀졌다.

포스팅도 포스팅이지만, 사실 여부도 모르면서 덩달아 욕하며 편들어주는 팔로워의 댓글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

처음엔 나도 웬만하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오해가 있었다면 미안해'라고 말했다. 나에 대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하나하나 물어 오해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로부터 돌아오는 혀 딴 사람이 된 것 같은 날카로운 말투에, 결국 나를 미워해서 저러는구나, 뭘 해도 어쩔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일은 내 마음을 한참 동안 괴롭히고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끝에는 전부 묻어버리고 나의 억울하고 힘든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녀와의 인연 또한 놓아버렸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없음을, 모두와 잘 지낼 수는 없음을 인정하게 된 사건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는 온라인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의 굴곡진 여정을 기록해나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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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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